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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부 26화

어머님의 하이파이브 (2017.3.26)

by 채수아

어제는 볼 일이 많아 어머님 병원에 일찍 다녀왔다. 7시 반 아침식사 시간 전에 도착을 하니 어머님도 간병 아주머님도 깜짝 놀라셨다. 배가 고프지 않다며 세끼 식사를 거의 드시지 않았다는 어머니, 그래도 전날에 아들과 점심을 먹던 곳에서 내가 얻어온 물김치는 조금 드셨다고 했다. 우리가 간 식당은 무한리필 월남쌈집이었는데, 그 리필 음식들 중에 어머님이 아주 좋아하시는 붉은 물김치와 샐러드가 있었다. 난 한 직원에게 사장님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안 계시다고 했다. 왜 그러느냐고 이유를 물어서, 저 두 가지를 어머니께 갖다 드리고 싶다고 하니,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다 모여 서로 싸주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싸줄 그릇이 없으니 비닐봉지에 넣어주겠다고 하시며 한 분이 정성스럽게 음식을 담아주셨다. 음식 계산을 끝내고 그 직원들께 공손히 인사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대형마트에 가서 반찬통 두 개를 샀고, 어머님 병실에 놓을 귀엽고 예쁜 행운목도 하나 샀다. 병실에 들어가자마자 반찬 그릇을 씻어 두 가지 음식을 넣어 어머님께 보여드렸었는데, 그때도 배가 고프지 않다고 안 드시겠다고 해서 좀 놀랐다. 어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시던 음식이었는데, 그래도 나중에 물김치를 조금은 드신 것이다


어머님은 나온 아침밥은 쳐다도 안 보시고, 대추차를 드시고 싶다고 하셨다. 간병인 아주머님도 웃으시며 어머님이 대추차는 엄청 좋아하신고 말씀하셨다. 난 어머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계속 시계를 보고 있었다. 9시에 문을 여는 그 카페에 내려가서 두 분이 드실 대추차와 우리 어머님 담당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님들에게 드릴 뜨거운 커피를 샀다. 매일 그 카페를 가니 사장님은 내가 가면 방긋 웃으신다. 아마도 그분의 머릿속에는 내가 '대추차 손님'으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어머님이 화장실에 들어가신 사이에 우리는 아침을 먹고 돌아왔고, 어머님이 화장실에서 나와 주무시려고 누우셨을 때 손을 잡고 이렇게 말씀드렸다.


"어머니, 오늘은 볼 일이 많아 일찍 갈게요. 힘내셔야 해요. 파이팅!"


그랬더니 어머니는 "이걸 해야지!" 하시며 하이파이브를 두 번이나 하셨다. 그 순간 어머님이 어린아이처럼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우셨는지 모른다. 나랑 두 번, 남편과 한 번을 하니 옆에서 보고 계시던 간병 아주머님이 까르르 웃으셨다. 우리는 두 분께 인사를 드리고 병실을 나오며, 어머님 손의 힘이 아직은 세다고 좋아했다.


※ 시어머님은 그해 6월 소천하셨습니다



♡ 우리 어머님이 좋아하시던 대추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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