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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부 27화

어머님의 소망(2017.4.5)

by 채수아

입원해 계신 우리 시어머님의 소망은 퇴원을 해서 우리 딸들과 손잡고 주무시는 것이다. 17년 어머님을 힘겹게 모시고 살다가 몸이 완전히 망가져 학교를 퇴직하고 어머님과 분가를 하면서도 가장 마음이 쓰였던 게 어머님과 나의 두 딸이었다. 아이가 셋인 우리 집은, 엄마에 대한 집착이 좀 심했던 아들은 우리 방에, 엄마가 학교에 출근을 해도 할머니 양육에 무난하게 잘 따르던 딸들은 어머님 방에서 잠을 잤다. 한 방에서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과의 친밀도를 나타내는 증표일 것이다. 말기 암 환자인 어머님 옆에서 간병을 하면서 나도 어머님 옆에서 잘 수 있는 세 번째 사람으로 등극했다.


5개월 동안 분담하여 어머님을 돌볼 때도 어머님은 우리와 함께하는 주말을 아이처럼 기다리셨고, 컨디션도 매우 좋은 편이셨다. 분가 후에도 주말에 할머니 댁에 가서 자주 자고 왔던 우리 아이들은 어머님 병환 중에도 계속 그렇게 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큰딸도 거의 매주 내려왔고, 고3인 막내딸도 3주에 두 번 정도를 자고 갔고, 주말 알바가 있었던 아들도 틈을 내서 할머니를 뵙고 왔다. 우리 가족은 5개월 동안의 주말을 똘똘 뭉쳐 어머님을 사랑으로 보살폈고, 어머님은 행복한 웃음을 자주 보이셨다.


4주 전, 항문 스텐트 시술을 하러 병원에 입원하면서 입원 예정 기간은 5일이었다. 그런데 자연스럽게 아주버님의 주장으로 5일이 또 연장되었다. 나는 형님께 어머님이 퇴원을 기다리고 계시는데, 언제쯤 퇴원을 할 예정인지 물었다. 형님과 아주버님은 이제 퇴원은 없고, 여기서 계속 입원하시다가 돌아가시면 장례식장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했다. 난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어서 몰래 의사 선생님을 만나 상담을 했다. 의사 선생님은 두 분이 뭘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상태가 좋으시면 퇴원과 입원을 반복하면 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하루라도 나갔다 들어오는 의료법이 있어서, 이곳에 계속 입원을 하실 수는 없다고 말씀하셨다.


난 이미 형님과 아주버님께 더 이상 자기 집에서 어머님을 모실 수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어머님 상태가 좀 호전이 되면 간병인과 함께 어머님을 우리 집으로 모실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어머님의 돌발적인 극심한 통증이 있어 엄두를 못 내고 매일 병원에 가서 어머님을 뵙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러다가 어머님이 퇴원하실 때가 되었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지난 목요일 오후에 형님 부부와 나는 긴급하게 의논을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우리 집으로 모시겠다고 바로 말씀드리고, 그다음 날부터 집안 대청소를 하고, 어머님 침대 커버 세트를 바꾸고, 이것저것 어머님과 간병 아주머님이 오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울에 있는 큰딸도 그날 내려온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 아주버님은 내 남편에게 이런 카톡을 보내셨다.


"의사는 병원 시스템 상 절대 불가능하다고 꼭 퇴원해야 한다고 하지만, 최선을 다해 퇴원을 안 하는 방향으로 애써보겠다."


난 어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기가 무척 어려웠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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