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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고부 23화

시어머님의 선물 (2016.3.18)

by 채수아

우리 시어머님의 최대 장점은 정성스러움이시다. 막내며느리면서도 홀로 되신 시아버님을 정성스럽게 모셔 복 많이 받을 거라는 말을 주변 사람에게 많이 들으셨다고 한다. 또 하나, 어머님이 자주 자랑하시는 것이 '가난한 티가 전혀 안 나게 삼 남매가 부티가 난다'는 말이었다.


며느리로서 대하기 힘든 면이 참 많았던 분이셨지만, 어머님의 정성스러움은 때때로 나를 무한 감동시켰다.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는 일이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아 1년 병 휴직을 하고 있던 그 해의 '스승의 날'이었다. 나는 그때 몸이 굉장히 좋지 않았고, 마음도 꽤 울적했었다. 외출하고 돌아오는데, 현관에 꽃다발이 놓여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나는 어머님을 떠올렸고, 내 예상은 적중했다. 살아오면서 어머님의 속 깊은 정이 나는 참 좋았다.


세상에 태어나 내게 가장 큰 목돈이 생겼다. 바로 퇴직금이었다. 학교 복귀를 포기하고 일반인으로 돌아오면서 받은 그 돈을 보면서 난 제일 먼저 시어머님을 떠올렸다. 천 원 한 장도 아끼시며, 늘 싸고 좋은 물건 산 것을 자랑하시며 사는 어머님께, 나는 삼백만 원을 주고 모피 코트를 사드렸다. 친정 엄마는 오래전부터 있던 그것을 나는 마음속으로 부러워했던 것일까? 아직까지 내가 산 옷 중에 가장 비싼 옷이고, 나는 아직도 갖고 있지 않은 옷이다. 어머니는 당신 돌아가시면 물려 입으라는 말씀을 종종 내게 하신다. 어머님이 오래오래 사셔서 내가 그 옷을 늦게 물려받았으면 좋겠다.


어머님이 내게 주신 것 중 가장 좋은 선물은 '내 남편'이다. 늘 한결같이 착하고 따스한 남자, 옆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남자! 이 남자를 낳고 키우신 분께 나는 큰 절을 몇 백 번이라도 해야 하는데, 다른 감사 인사는 잘하면서 아직 이 말씀은 드리지 못했다.


"어머니! 저도 나이가 드나 봐요. 어머니를 부르면 눈물부터 난다니까요. 세상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있을 만큼 그렇게 삶이 힘드셨다면서요.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으시고, 삼 남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님의 막내인 이 남자를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남자를 만나 보석 같은 세 아이를 낳았어요. 세 아이 안에 어머님이 보여요. 강인함도 보이고 정성스러움도 보여요.


어머니!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 시어머님은 그다음 해 여름에 소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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