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by 윤동하

우리는 오랜 시간 개념의 벽을 쌓아올렸어

때로는 위태롭게

때로는 견고하게


그렇게 어느덧 여러 계절이 지났고

벽은 높아졌고 단단해졌어


아름다웠지


그 속에 있노라면

너무나 편안했고 확실했어

벽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거든


그러던 어느 날

저 머리 위로 떠오르는 빛을 본거야


빛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를 떠나갔어


나는 조금 더 긴 시간 마주하고 싶었지만

고개를 돌릴 수도 발을 뗄 수도 없었어


두려워졌어

회의가 찾아왔고 숨이 막힌 것 같았지

하지만 멈출 수 없었어

여전히 집은 필요했거든


다만, 이제 나는 창문을 열어 두려고


높게 쌓아올린 벽을 조금씩 부숴

침묵이라는 이름의 구멍을 뚫어


저 먼 곳을 바라보려고


우리의 터전에서.



“언어란 매혹적인 빛을 발산하는 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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