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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모 Jul 29. 2020

타코 드라마 한편

멕시코의 알 파스토르 타코


 멕시코에   있고 싶던 가장  이유는 어쩌면 뻔하게, 조금은 웃기게 그저 '타코'였다. 타케리아에서 거대한 팽이 모양 고기를 기다랗고 날카로운 칼로 저며 내는 타코 맨이 보이면 싱글벙글 웃음이 나온다. 가게마다 크기와 길이가 조금씩 다른  파스토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타코   하나이다. 쿠바에 돌아온 날에 언니는 타코 하나에 맥주  , 나는 타코 3개를 시키고 얼굴을 울상으로 만든  가만히 앉아있었다. '내가 너를 이렇게 기다렸다'하는 마음을 눈물로라도 보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진 고수와 양파, 파인애플이 올라간 타코가 접시에 놓여  앞에서 재회의 인사를 건넸다. 뜨거운 김에서 구수한 고기 냄새와 토르티야의 옥수수 냄새가  들어왔다. 눈물을 삼키며 살사 베르데와 라임즙을 얹고 경건한 마음으로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타코를 들어 올려 살포시 접었다. 한껏 뚱뚱해진 타코는 결코 토르티야끼리 반달 모양 만두처럼 붙는 일이 없다. 불룩 튀어나와 삐져나온 파스토르 고기와 채소들, 흥건한 살사가 흐리기  재빠르게 고개를 45도로 젖혀 있는 힘껏 입을 벌린다. 입안 가득  타코를 씹기 전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짭조름하고 매콤한 파스토르 고기가 먼저다. 적당하게 부드러움과 약간의 바삭함이 공존하는  얇프르름한 고기는 타코의 주인공이  자격이 충분하다. 저민 고기가 입안에서 층을 만들어 고소한 기름을 뿜어낸다.  기름을 부드럽게 흡수하는 토르티야는 그다음이다. 옥수수만의 풍미가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타코'라는 것을 제대로 상기시켜준다. 파스토르가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는 주인공이라면  토르티야는 존재감이 그야말로 확실한 중견 배우다. 여기서 주인공과 환상의 호흡을 맞추는 새로운 녀석들이 등장한다. 양파는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줄  있는 최고의 조력자다. 자칫 향이 강한 고수는 강한 양념의 파스토르 고기와는 부딪힐  있지만 결국 적절한 조화를 보여주고 만다. 잊지 말아야   다른 존재가 파인애플이다.  파인애플 조각이 함께함으로써 타코는 단맛, 짠맛, 매운맛  오묘하고 기가 막힌 풍미를 내는 음식으로 탄생한다. 마지막까지 존재감을 잃지 않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살사 베르데와 라임즙이 감초와 같이 대미를 장식한다. 시원하고 상큼한 맛이 기름진 타코가 넘어간 후에도 개운하고 깔끔한 여운을 선사한다. 얼굴과 손이 기름으로 얼룩져 마치  타코들과 한탕 싸움이라도   같지만 아무렴 좋아 못이기는  타코 2개를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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