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코’의 엘레나 할머니가 주인공 미구엘에게 “더 먹어야지~따말레인데, 그럼!” 하는 장면이 있다. 도대체 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란 주머니 안에 뭐가 들어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무슨 맛이길래 멕시코 사람들이 그리도 사랑하는 음식이 되었는지도.
타코나 몰레를 파는 음식점은 많았지만 ‘따말레’를 먹어보게 된 기회는 우연에 가까웠다. 집에서 학교 4번 출구까지 가는 동안에는 가파르지 않은 경사 길을 내려가야 했다. 매일 아침 7시에 시작하는 수영 수업을 가기 위해 늘 그 길을 걸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2차선 도로 옆에 하루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하루는 또래의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알록달록한 파라솔을 세워놓고 양철통 앞에서 날이 밝기 시작하는 새벽녘부터 해가 뜨거워지는 아침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 양철통에 뭐가 들어 있는지 늘 의아했으면서도 서툰 스페인어로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하면 야자수 그림자가 물 위에 일렁이는 수영장에서 헤엄쳤다. 차가운 새벽공기를 잊게 할 만큼 즐거운 일이었지만 머리끝까지 담갔던 물은 꽤나 차가웠다. 수영 수업이 끝난 후에는 젖은 머리를 볕에서 마르게 두며 챙겨온 사과를 먹곤 했다. 머리와 몸은 금세 말랐지만 물속에 있으면서부터 고팠던 배는 사과 하나로 채워지기 어려웠다. 그리고 어느 날은 거리의 양철통 속을 궁금해할 용기를 냈다. 왠지 그 안에 내 허기를 채워줄 대단한 음식이라도 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안녕하세요, 이게 뭐예요?”
상인 아저씨는 양철통 뚜껑을 열어 속을 보게 해주며 말했다. “따말레에요”
순식간에 뜨거운 김이 위로 솟구쳐 공기 중에 퍼져나갔다. ‘따말레’라는 말을 들으며 본 것은 코코에서 봤던 그때 그’ 노랗고 동글 넓적한 주머니였다. 살사베르데 맛을 고르니 양철통 한 쪽에 쌓여 있는 따말레 하나를 집어 들었다. 하얀 비닐봉지에 포크 하나를 함께 넣어 봉지 입구를 빙글빙글 돌려 건네 주었다. 따뜻하고 적당히 묵직한 따말레를 두 손으로 꼭 잡고 다시 학교까지 걸었다.
어느 날처럼 대충 말린 젖은 머리로 볕 한가운데 잔디밭 위에 자리를 잡았다. 수영 수업이 끝날 때까지도 따말레는 따뜻하게 김을 냈다. 얇은 겹으로 되어 있는 옥수수 껍질을 살며시 벗기니 옥수수빵과 비슷한 생김새의 내용물이 보였다. 포크로 빵을 툭 잘라보았다. 쉽게 바스라져 빵과 떡의 질감 사이 쯤 있는 듯했다.
빵 속은 살사 베르데가 들어 있어 촉촉해져 있었다. 살사 베르데는 토마토 맛이 나는 초록색의 꽈리과 식물 토마티요와 풋고추, 고수, 라임 등을 넣어 만드는 소스이다. 붉은색 소스인 살사 로하보다 상큼하고 신선한 ‘초록’의 맛이 난다. 청양고추 특유의 알싸하고 풋풋한 향이 매력적이다. 덕분에 순해 보이는 색과 다르게 꽤 얼얼하게 매운맛이 나기도 한다. 옥수숫가루로 만든 빵은 퍽퍽하지만 가끔 씹히는 도톰한 갈빗살과 함께 먹으면 고소함이 배가 된다. 따말레 하나에 단돈 600원이니 양껏 사 먹어도 부담이 없다.
따말레 노점에서는 오르차따라는 음료도 함께 팔곤 했다. 스페인식 오르차타는 타이거넛츠 혹은 기름골이라 불리는 채소로 만들지만, 멕시코식은 쌀과 우유, 계피 등이 주가 된다. 하얗고 걸쭉한데 초콜렛을 첨가해 만들기도 한다. 고소하고 눅진한 초코우유, 또는 아침햇살을 먹는듯했다. 따끈한 오르차따에 따말레를 먹으면 든든하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특별히 따말레를 먹으려 식당을 가거나 맛집을 찾아 다닌 적은 없다. 나도 그저 멕시코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든 이 음식을 나의 아침에, 하루에 스며들게 뒀다. 매일 아침 어딘가로 바삐 가는 사람들 틈에 줄을 서서 내 차례가 되길 기다렸다. 따말레 두어 개와 오르차따를 주문해 그렇게 늘 학교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