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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단구름 Oct 24. 2024

먹는 마음, 먹지 않는 마음

8월 2일 식단&운동&체중 변화

[저녁 금식, 운동]


확실하게 빠지고 오래 유지하는 심플이지 다이어트

8월 첫째 주(81~83) 체중 변화:

64.3kg ---> 64kg (0.3kg 감량)

다이어트 시작부터 체중 변화(52~83):

69.5kg----> 64kg (5.5kg 감량)

831일까지 감량 목표: 6.4kg / 63.1kg (순항 중!)     






82일 금요일      


간다, 단탄지 아침:

도토리묵밥,

계란프라이,

사과 맛 요거트


간식:

아이스 라테


간다, 단탄지 점심:

치킨 5조각,

떡볶이,

콜라

*씬 후라이드, 매드갈릭 치킨, 기름 떡볶이


저녁: 안 먹음      


도토리묵밥,계란프라이, 사과 맛 요거트


씬 후라이드, 매드갈릭 치킨, 기름 떡볶이, 콜라






운동 1. 도보 30


운동 2. 모닝 스트레칭(체조)


운동 3. 헬스

          러닝머신 40, 166kcal      







아침 공복 체중.. 64.2kg      



     


먹는 마음, 먹지 않는 마음     


오늘은 모두가 행복한 날이다.      


일기를 쓸 때 ‘오늘은’이라는 단어로 시작하지 않는 것이 일기를 잘 쓰는 방법이다,라는 선생님의 지도 말씀이 떠오르지만, 반복되는 평범한 날들을 특별하게 가꿔 주는 ‘오늘은’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오늘은' 바람이 시원해. '오늘은' 하늘이 파래.' '오늘은' 구름이 근사해.'


‘선생님의 지도는 일리가 있다. 일기란 그날의 일, 생각, 느낌을 기록하는 글이므로 ‘오늘은’이라는 단어를 굳이 적지 않아도 오늘 일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겠으니 단어를 아끼라는 의미였다. 매일 일기 검사를 하는 선생님이 일기장을 펼칠 때마다 ‘오늘은’, ‘오늘은’이라고 시작하는 단어를 읽어 내려가는 고충도 있을 거라 짐작한다.


쓰는 사람 입장에선 분량을 채워내기 위해 굳이 ‘오늘은’이라고 한 자라도 더 써서 칸을 채우려는 마음이 있었다. 뭔가 자꾸 채워야 할 것 같은 마음. 빈칸을 남기지 않고 꽉 채워야 할 것 같은 마음. 자꾸 이유를 찾아야 할 것 같은 마음. 이유에 합당한 근거를 대야 할 것 같은 마음. 그래야만 할 것 같은 마음.


부질없는 마음이었다. 단 몇 문장으로도, 단 한 문장으로도 전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그래도 선생님의 지도는 머리에 남아서 일기를 쓸 때 ‘오늘은’이라는 단어로 시작하지 않으려고 자제한다. 고깃국물 위에 동동 뜬 고기 지방을 국자로 살포시 걷어내 기름기 없이 말간 국물을 식탁에 올리듯 ‘오늘은’이라는 단어를 걷어내고선 경험과 생각과 느낌을 적어둔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고기 지방만 걷어내는 것. 노련하지 않으면 지방만 떠 버릴 것을 국물도 함께 버리게 된다.


한편으론 하염없이 흘러가는 ‘오늘’을 잡고 싶은 날이 있다. 졸졸 흐르는 맑은 물에 두 손을 담근다. 두 손을 곱게 모으고 맑은 물을 떠올리듯 공손하게 ‘오늘’을 퍼올린다. 내 작은 손바닥에 ‘오늘’이 멈춰있다. ‘오늘’이 내 손안에 있다.  

      

치킨을 먹던 효자 아들이 말했다.


“행복하다.”


치킨을 먹다 뜬금없이 행복을 느꼈다니 정말 좋은 나이구나, 생각했다. 아들이 행복하니 나도 행복하다.


오늘은 효자 아들뿐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날이다. 아침엔 케이가 금요일이라며 행복해하더니, 출근하는 케이에게 인사하기 위해 나란히 서있던 나, 금비, 효자 아들을 향해 장병 셋이 서있는 거 같다고 흐뭇해하며 나갔다.


아침에 잠이 덜 깼었던 금비는 치킨을 뜯으며 아빠 말을 되새겼다.

“아침에 아빠가 우리 보고 뭐라 한 거 같은데, 뭐라 그랬더라? 용병?”

익숙하지 않은 어휘가 닿았을 때 느꼈을 괴리감, 치킨 냄새를 맡고선 기억이 돌아온 금비는 케이가 했던 말을 기억해내려 애쓰고 있다.

“건장한 장병 셋이 서 있는 거 같다고 그랬지.”

내가 바로잡아 주었다.

“장병? 그게 뭔데?”

“건강한 군인을 말하지.”

“근데 왜 우리한테 장병 같다 그랬지?”

“그만큼 든든하단 뜻이지.”

금비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케이가 뭐라 그랬던 금비는 오늘 주문한 폰 케이스가 도착해서 기쁘다. 실물이 기대했던 것만큼 예뻐서 기쁘다.


별일 없어도 행복한 나는 오늘 놀라운 일을 발견했다. 브런치 북 ‘일반식 다이어트’가 요즘 뜨는 브런치 북에 올라가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트’가 한 개인 브런치 북이 왜 이런 곳에?


곧 다음 메인에 올라간 글들이 많아 조회 수가 높아서일 거라고 짐작한다. 브런치에는 온갖 글들이 모여 있어서 좋다. 생각이 차오르면 결국 적게 되는 글들을 실컷 쓰라고 격려해 주는 브런치가 있어 감사하다.(수익은커녕 적자 구조일 것 같은 이 플랫폼을 왜 운영하는지 미스터리다.) 도대체 왜 브런치를 운영하는 걸까. 설마, 정말로, 읽고, 쓰고, 사유하고, 소양 있는 좀 더 나은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기업이,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어쩌다 보니 세 번이나 브런치 북이 브런치 메인에 소개되는 감사한 일이 생겼다. 브런치가 다양한 주제의 글을 소개하기 위해, 이런 글도 있다며 묻힐 뻔한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소개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고 느낀다. 덕분에 내 글도 소개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에디터 픽을 받은 첫 번째 브런치 북은 ‘냉이도 꽃이 핀다.’ 산문집이었는데 현재는 브런치 북을 해체해서 각각 다른 브런치 북과 매거진으로 분류했다. 두 번째 에디터 픽을 받은 브런치 북은 플로깅을 하면서 느낀 점을 쓴 ‘염세주의 플로거’.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를 보는 심정, 어제 주웠는데 다음날 같은 자리에서 또 쓰레기를 보는 심정. 쓰레기를 줍다 보면 염세주의적 사고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욕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 바람에 우연히 나부낀 것이 아닌 쓰레기, 누가 버렸을 것이 확실한 쓰레기를 보는 심란한 마음을 적으며 그냥 둘까, 무얼 할까, 앞으로 어떻게 살까, 생각을 정리하고 방향을 잡았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부터 줄곧 ‘구독자 수, 하트’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몇 년이 지나도 내 구독자 수는 한자리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이어트 글을 쓴 이후로 구독자 수가 약 500% 증가했다. 구독자 중엔 가족, 지인이 한 명도 없다. 지인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모두 감사한 타인이다. 우연히 지인 중 누군가 내 브런치를 구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감사할 뿐.


다이어트가 끝나면 다시 산문, 소설, 시 등 다이어트와 상관없는 글을 쓸 테고 그러면 다이어트로 증가한 구독자 수가 감소할지 궁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연연하지 않을 것 같다.


나를 좋아할 수도, 나를 싫어할 수도 있다. 나에게 호감이 있을 수도, 나에게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나에게 왔다가, 나를 떠날 수도 있다. 나이를 먹으며 좋은 점은 만남과 이별, 무관심, 그런 일에 익숙해지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쓰고 싶은 글을 편하게 쓰고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 감사하다.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이 자유롭게 교류한다. 다양성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만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으니 감사한 일 아닌가.


먹는 것을 좋아하고, 골고루 잘 먹는 나지만 먹지 않는 마음이 있다. 나 혼자 잘나서 성공했다는 마음.


성공하지 못한 사람, 잘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먹지 않아야 하는 마음이 있다. 나는 안 될 거야,라는 마음.


몸에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것처럼 마음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마음이 있다. 감사한 마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아주 별일 아닌 작은 호의에도 ‘감사한 마음’을 먹는다. 어쩌다 보니 받는 혜택에도 '감사한 마음'을 먹는다. 좋은 시절, 좋은 사회에서 살고 있어 '감사한 마음'을 먹는다. 이 사회를 만들고 지켜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먹는다.


‘고마움’을 먹으며 마음 건강을 챙기자 기쁨과 평안이 외부 자극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점점 분명해진다.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을 가엽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고마울 일이 없다면 딱한 일이지만, 대부분은 ‘고마워하지 않을 이유’를 끊임없이 찾아내며 성질 사나운 사자 배속에 홀로 갇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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