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부터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5월 2.1킬로그램 감량, 6월까지 3.6킬로그램 감량, 7월까지 5.2킬로그램 감량했다. 한 달에 1.6킬로그램씩 감량을 기준으로 8월 31일까지 예상한 목표는 6.4킬로그램 감량, 63.1킬로그램이 되는 것. 다이어트 목표를 무리하게 잡지 않아 매달 설정한 목표에 순조롭게 도달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8월 말이 되면 무리 없이 6.4킬로그램을 감량하고 예상대로 63.1킬로그램이 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조급하지 않았다. 조바심도 없었다. 하던 대로 아침, 점심 과식하지 않는 일 인분의 식사를 하고, 골고루 먹고, 군것질을 최대한 자제하고, 운동하고, 저녁 금식하면 계획했던 대로 차질 없이 체중 감량을 하고 목표 체중에 도달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대로 쭉 가면 되는 것이었다. 하던 대로 하자. 이대로 쭉. 그러면 반드시 원하는 곳에 다다를 것이니. 목표했던 바를 이룬 내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을 테니. 8월, 9월, 10월, 세 달 뒤의 내 모습이 그려져 웃음이 났다. 나는 실제 표시되는 체중에 비해 덜 나가 보이고, 보이는 것보다 체중이 더 나가는 편이다. 60킬로그램 정도만 되어도 건강해 보이는 내 모습을 나 스스로 만족한다.
이번에 살을 빼면 적어도 십 년, 또는 이십 년, 어쩌면 삼십 년, 잘 유지할 테다, 살을 빼면서 들인 습관 잘 유지하고 관리 잘해서 다시는 살찌지 않을 테다. 다시는 살을 빼야 할 만큼 찌지 않을 테다, 미리 굳건한 다짐을 하기도 했다. 다시는 69.5킬로그램으로 돌아가지 않을 테다.
67.4킬로그램—>65.9킬로그램—>64.3킬로그램으로 체중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신이 났다. 체형이 미세하게 조절되는 것을 보면서 더욱 잘 해야지. 더 열심히 해야지, 분발해야지, 다짐했다. 반드시 원하는 만큼 체중 감량을 하고 목표 체중에 도달할 자신 있었다. 앞으로 삼 개월. 얼마 남지 않았다. 다 왔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사정이 생겼다. 전혀 짐작하지 못했고, 상상하지도 못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사정. 잔잔한 일상을 와르르 흔드는 파동, 하늘이 무너져 버리는 충격. 그 일이 있고부터 약 일주일간의 기억이 긴가민가할 만큼, 그 모든 일이 꿈이었을까, 현실이었을까, 아련하고 몽롱한 의식, 한 여름 아스팔트 위에 피어오르는아지랑이가 실제인지 헛것인지, 잡을 수 있는 것인지, 잡을 수 있다는 착각인지,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혼돈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정신없이 일주일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으나 정신을 추스르고 보니 실제로는 한 달여가 훌쩍 지나있었다. 약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다이어트는 잊고 살았으나 다이어트와 상관없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다이어트를 했다고도 할 수 없고, 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없는 기간이었다. 약 세 달 동안의 습관이 어느새 루틴이 되어 여느 날처럼 저녁을 먹지 않는 날이 이어졌지만, 무섭도록 잠에 빠져들었다. 밤에도 잤고, 낮에도 잤다. 잠을 자는 것만이 지친 몸과 영혼을 치유했다. 아무것도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다. 머리를 쓴다는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생각은 어떻게 시작하는 것일까, 생각은 어떻게 이어나가는 것일까, 뇌가 정지된 듯 어떠한 생각도 나지 않았다. 출구 없는 우주에 갇힌 것처럼 무엇을 하는 법을 잊고 한 달여를 보냈다.
◎ 약 한 달의 공백, 약간의 고민
습관이라는 것은 무서운 것이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있는 와중에도 저녁을 금식하는 습관은 계속 유지되어 체중은 7월보다 감소했다.
다이어트에 관한 연재를 시작할 때 6개월의 기간을 잡고 시작했었다. 월별로 여섯 개의 카테고리를 정해 놓았고, 각 카테고리에 담을 내용을 구상해 놓았다. 식사와 운동량을 매일 기록하고 있었는데 뜻하지 않은 사정으로 한 달여의 공백이 생겼다.
사정이 생겼으니 8월까지만 연재하고 종료할까,를 고민해 봤다. 생각 없이 눈만 뜨고 있는 멍한 머리, 끊어진 것을 다시 잇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듯 보이는 독자님들이 마음에 걸렸다. ‘다이어트에 적극적인 마음’을 가지고 계신 듯 보이는 독자님들이 떠올랐다. 몇몇 독자님의 댓글에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과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다이어트에 관심 있고, 다이어트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담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이어트하면서 살이 안 빠진다고 오해하고, 살이 쉽게 찐다고 오해하여 지치고, 실망하고, 우울해하다가 결국, ‘나는 안 돼.’ 자포자기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고작 다이어트 때문에 내가 나를 놓아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내가 하고 있는 다이어트만이 최고의 방법이고,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할 수는 없다.(그럴 생각도 없다)
세상에 다이어트 방법은 수천, 수만 가지다. 이것저것 다 해보아도 좋다. 이 방법, 저 방법 다 시도해 보고 잘 안됐을 때, 금방 살이 빠졌는데 금방 다시 쪘을 때, 다이어트가 절박한 어느 누군가에게, 내가 하고 있는 저녁 금식하고 운동하는 다이어트도 한 번 시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내가 이십 대에 첫 번째 다이어트 성공한 이후 이 방법을 쓴 나의 지인들은 모두 다이어트에 성공했고 현재까지 요요 없이 살고 있다. 이 방법은 식욕을 자제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운동하는 습관을 만들어 체중 감소뿐 아니라 체중을 유지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저녁 금식, 운동하는 다이어트를 하며 체중을 감량하다 보면 다이어트 원리를 이해하게 되어 오랜 기간 체형과 체중을 관리하는 성격과 습관을 형성해 준다. 어느 다이어트 못지않은 확실한 다이어트이면서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나 효과를 볼 수 있는 다이어트다.
◎ 하던 대로,
지금도 여전히, 아프다.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한 방울씩 똑, 똑, 떨어져 결국엔 마음 한 통을 다 채우고 흘러넘치고야 만다는 사실을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눈물은 결코 마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중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사람들이 있고, 보고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방법을 보여주면 더 쉽고 더 간단하고 더 빠른 방법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선택은 결국 개인의 몫이지만, 일반식을 골고루 먹고 운동하고 저녁 금식하는 다이어트에 관심을 갖고 계신 독자님들께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처음 약속했던 대로(처음 약속은 나와의 약속이었지만) 다이어트 과정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련한 구석이 있다. 어떤 일이 있어도 학교는 가야 한다고 믿어 우직스럽게 개근했다. 무단결근도 지각도 해본 적이 없다. 고지식하게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결석하고 지각하고 이혼하면 안 돼서,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래야 하는 줄 알고. 가야 하는 줄 알고, 살아야 하는 줄 알고.
처음 계획대로 이 여정은 이어질 것이다.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될 때까지 다이어트를 이어나갈 것이다. 처음에 다이어트 연재를 시작하면서 의지가 부족한 나라서 다이어트 과정을 공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다이어트 연재는 다이어트 성공뿐 아니라 아픔을 잊고 상실을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그리움의 시간을 보내게 해 줄 것이다.
힘들어도 한 발, 한 발 걸음을 떼야 한다. 힘들다고 계속 누워 있을 수 없다. 잊고 싶다고 계속 잠만 잘 수 없다. 이제 내 다이어트는 체중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나를 재정비하고 내 영혼을 재정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흐트러진 일상, 무너진 하늘, 산산이 부서지고 상처 입은 영혼, 다시 일어서서 다듬을 것이다. 다시 살게 할 것이다.
지금도 아프다. 잘 지내다 숨이 턱, 막힌다. 한 번씩 숨을 쉬는 법을 잊는다. 하지만 늘 그랬듯, 뚜벅뚜벅 걷는다. 떨쳐내면서, 털어버리면서, 덜어내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언젠가 만날 날을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