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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안녕하세요”는 언제까지 유효할까?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by 비단구름

▣ 퇴직한 교장 선생님을 다시 만났을 때, 나는 그녀를 뭐라고 불러야 했을까.


봉사하러 복지관에 갔을 때 일이다.


봉사를 마치고 미닫이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우연히 금비 초등학교 다닐 당시의 교장 선생님을 마주쳤다.

그녀를 다시 만난 것은 금비가 초등학교 졸업한 이후 처음이었다.

금비가 초등학교 다닐 당시 그녀가 말년이었다는 소문이 있었으니 그녀는 아마도 퇴직을 했을 것이고, 복지관에 다니는 모양이었다.


‘우리 동네 사셨구나!’


나는 그녀에게 반가운 마음을 담아 인사했다.


멀찌감치에서 그녀를 발견했다면 그저 ‘앗, 금비 초등학교 때 교장선생님이다!’하고 지나갔을지도 모르지만, 코앞에서 딱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얼굴을 알아본 이상 모른척하고 지나갈 수 없는, 그런데 너무 오랜만이라 약간은 망설여지는, 무엇보다 그녀가 나를 기억할 리 없었지만.


“선생님, 안녕하세요!”


나는 그녀를 기억하지만 그녀는 나를 기억할 리 없다, 고 생각 했다.

나는 수 백 명의 학부모들 중 하나였을 뿐이지만 그녀는 단 한 명의 교장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녀의 기억력은 퇴직하지 않았는지, 서로 눈을 마주치자마자 그녀도 긴가민가한 것 같았다.

어쩌면 그녀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우린 아는 사이다. 아는 사이다. 당신은 나를 안다. 당신은 나를 기억한다.’ 이렇게 시그널을 보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인사를 하자 그녀도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꼼꼼함으로 늘 긴장된 모습이었던 현직 시절에 비해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저 옛날 ○○ 초등학교 학부모에요.”

그러자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공손한 고개 인사를 건넸다.

“아, 예, 안녕하세요.”


그렇게 어색하면서 반가운 조우를 뒤로하고 우리는 헤어졌는데 복지관에 봉사하러 갈 때마다 그녀와 종종 마주친다.

내가 봉사를 마치고 나오는 시간 즈음 그녀는 복지관으로 향한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봉사를 하는데 그 시간에 복지관으로 들어서는 그녀를 종종 마주치는 것을 보면 그녀도 적어도 한 번 이상은 정기적으로 복지관에 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멈춰 서서 대화를 나누는 대신 오다가다 마주치면 간단한 눈인사를 나누고 갈 길을 간다.

눈인사 정도만 나누고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헤어지는 것이 이차 저차 가장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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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한 교장 선생님과의 재회, 머뭇거린 호칭


그녀는 퇴직해서 현재는 선생님이 아니다.

그런데도 선생님, 외에 달리 부를 호칭이 없다.

‘선생님’이라는 호칭 대신에 나는 그녀를 뭐라고 불러야 하는 걸까?


어르신?


여보세요?


언니?


그녀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녀는 나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어머님?


학부모님?


이보게?


동생?


아줌마?


금비 엄마?


여태까지 당연하던 건 앞으로도 당연해야 하는 걸까?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서로의 이름을 부를 수는 없는 거겠지?

나는 아직도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는데 말이다.


▣ 은퇴 이후, 우리에게 남는 호칭들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그에 반해 이른 나이에 퇴직을 하고, 국민연금은 65세부터 지급된다고 하고, 국민연금을 받아도 생활하기엔 빠듯하고, 연금이 충분하지 않아 생활조차 어렵고, 손주들 용돈이라도 주고 싶어 은퇴 이후에도 일자리를 찾는다.


은퇴 후에는 지난 삼십여 년 동안 가졌던 일에 비해, 급여에 비해, 직위에 비해 여러모로 성에 차지 않는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예전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예전에 가졌던 직업이나 직급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가 예전에 은행장이었는데, 부장이었는데, 교수였는데, 대기업 임원이었는데, 는 잊으라고 조언한다.

억대 연봉을 받던 사람인데, 이런 마음으로 대우를 받으려고 하면 인생 2 막을 적응하는데 곤란하다고 조언한다.

처음부터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신입의 마음으로 임하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현실은 의사, 검사, 교사, 판사, 경찰, 교수, 주임, 과장, 이사, 부장 등 수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에도 직급을 가지고 사회로 쏟아진다.


Q: 다음에 퇴직한 교장선생님을 다시 만나면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남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을, 나는 별게 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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