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님? 이모님? 여기요? 저기요?
식당에 가면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부를 때 뭐라고 불러야 할지 망설여지는 순간이 있다.
식당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들에겐 ‘여사님’이라던가, ‘이모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고, 중년 남성들에겐 ‘사장님’이라고 부르거나 ‘저기요’ 또는 ‘여기요’라고 부르는 경우를 많이 본다.
부지런하고 친절하고 세심하게 잘 챙겨주어서 저분이 사장님인가 보다, 멋대로 짐작하고 “사장님!” 하고 부르면 어떤 직원들은 고백을 한다.
“저 사장은 아닌데요.”
식당에서 일하는 젊은 사람들에게는 뭐라고 불러야 할지 헷갈린다.
여사님? 이모님?
사장님?
여기요? 저기요?
하는 수없이 조용히 손을 들고 직원이 나를 볼 때까지 계속 직원을 보며 기다리다 직원과 눈을 마주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으로 말을 건다. ‘맞아요, 맞아, 여기요, 여기!’
이름을 부르면 편할 텐데.
동네에 단골 식당이 있다.
주로 밥하기 싫은 주말, 식당 불판에 고기 구워 먹고 싶은 날 편한 옷차림으로 가서 먹고 오는 집이다.
이곳은 입구부터 간판까지 내가 무척 사랑하는 집이다.(동네에 내가 무척 사랑하는 집이 몇 군데 있다.)
오래된 동네 식당인데,
실내 인테리어며, 테이블이며, 의자며, 뭐하나 세련미는 없는 그냥 동네 고깃집인데 긍정의 에너지가 고소한 고기구이 냄새만큼 철철 넘치는 곳이다.
이곳은 사장님을 비롯해 홀을 책임지는 식당 직원들이 특급 인재인 고깃집이다.
이곳의 홀 담당 직원은 쌍둥이 같기도, 자매 같기도 한, 두 명의 중년 여성인데
이들은 식당을 방문하는 모든 손님들에게 특일급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어쩜 그렇게 식당을 방문하는 모든 손님들에게 친근하고 다정하신지.
그녀들의 친근함과 다정함은 교육의 결과가 아니라 천성이다.
게다가 홀 전체를 부지런히 누비며 상추가 떨어지고, 쌈장이 떨어지고, 된장찌개가 떨어지고, 밑반찬이 떨어지면 얼른 다가와 세심하게 챙겨주신다.
얼굴에 항상 짓고 있는 미소는 또 말해 뭐해.
자기 업을 즐긴다는 것은 저런 것이구나, 즐겁게 일한다는 것은 저런 것이구나,
나는 이분들을 볼 때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다시 배운다.
나는 식당에 가면 그녀들을 여사님이라고 부른다.
“이모님”이라고 부르기엔 그녀들과 나의 나이 차이는 고작 열 살 정도일 것이다.
모르는 중년 여성에게 “여사님”이라는 호칭만큼 무던한 호칭이 없다.
어느 주말, 이른 아침 산에 올랐다가 우연히 산에서 내려오고 있는 그녀들을 보았다.
세상에!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말은 없는 말이 아닌가 보았다.
물론 그녀들은 원수가 아니라 내 생의 ‘긍정으로 일하기’ 과목의 스승 같은 존재들이다.
그런 그녀들을 주말 아침, 산에 올랐다가 딱 마주친 것이다.
나는 멀리서 그녀들을 보자마자 바로 우리 동네 고깃집 여사님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알아차리기는 쉬웠다.
식당에서처럼 산에서도 그녀 둘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식당에서 본 긍정적인 에너지는 가짜가 아닌 모양이었다.
산에도 함께 다니다니, 두 분은 정말 친한 사인가 보구나! 짐작하며 그녀들과 점점 거리가 좁혀졌을 때 나는 그녀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알아봤으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녀들이 놀라면서 반가워해주었다.
그다음부터 그녀들은 우리가 식당에 방문하면 우리 가족을 알아보는 것 같았다.
서로를 알아보기 시작해서인지,
그 식당은 밥 잘해주는 다정한 여사님들이 계신, 주말에 밥하기 싫을 때, 밖에서 고기 구워 먹고 싶을 때 엄마 찾듯 가는 식당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좋아하면서도 우리 관계의 거리는 여기까지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그녀들을 부를 수가 없다.
식당에서 여사님이라고 부르던 그녀들을 산에서 마주쳤을 때, 밖에서 마주쳤을 때, 동네에서 마주쳤을 때, 그때도 그녀들에게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그녀들을 뭐라고 불러야할까.
도대체 뭐라고 불러야할까.
여사님?
이모님?
언니?
여기요?
저기요?
아, 줌, 마???
뭔가 다, 이상하다.
이름을 물어봐도 될까?
이름을 물어본들 이름을 부를 수나 있을까.
이름을 물었다간, 이름을 불렀다간,
이상한 사람, 싹수없는 사람, 예의 없는 사람이 될 것 같다.
적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이름 한 번 잘못 물어봤다가 어색해질 것 같다.
역시 여사님이 가장 무난한가?
여사님, 말고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름을 부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