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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Sep 29. 2020

변호사도 가족 사건은 어렵다 –  동생의 이혼

거실에 비스듬히 누워 드라마를 보던 친정 엄마가 혼잣말을 하셨다.

“아주 요즘 드라마는 죄다 이혼하네. 이혼이 그렇게 쉽나?”

내가

“엄마, 엄마 딸도 이혼했잖아.”

라고 하니 엄마가 화들짝 놀란 듯이 앉으시더니

“맞네..”        

내 여동생은 길고 긴 연애를 하고 결혼했고,

짧은 결혼생활을 하고 이혼했다.

이혼한 지 몇 년이 흘러 우리 가족은 동생이 결혼을 했었다는 것을 가끔 잊는다.   

 

여동생은 거의 10년을 연애했다.

결혼하기 2주 전쯤 나에게 결혼이 망설여진다고 했었다.

동생이 다툼 없이 긴 연애를 했었기 때문에, 그때 나는 누구나 막상 결혼하려고 하면 덜컥 겁이 날 때가 있지 않나 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결혼한 여동생을 만날 때면 결혼 전보다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얼굴도 어둡고 힘들어 보이고 슬퍼 보였다.


어느 날 동생이 나에게, 남편이 이런 말을 하고 이런 행동을 하는데 그건 왜 그런 것 같으냐고 물었다.

그렇게 긴 연애를 한 동생이 그런 말을 하니 나는 ‘아.. 사랑받지 못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마음을 더는 읽을 수 없다.    


나는 당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서 여러 의뢰인들의 이혼소송을 담당하고 있었다.

일로 하는 것이라 나는 힘들지 않았지만 사건 당사자들은 너무나도 힘들어했다.


어떤 젊은 여자 의뢰인은 이혼소송 중 극심한 우울증으로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하기도 했다.


내 지인의 친구는 한의사였고 평생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채식을 하며 명상하고 살았으나 젊은 나이에 대장암에 걸려 급속도로 병세가 악화된 상태였다. 결국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내가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지인에게 물었었다. “술 담배도 안 하고 채식하고 한의학 지식으로 몸도 다스리고 그런 분이 왜..”

지인이 답했다.


“이혼소송을 2년이나 했대요.”


암에 걸리는 것은 유전적인 이유도 있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극도의 스트레스는 건강에 악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만하게 협의이혼을 하는 사람들은 이혼 소송을 맡기러 변호사에게 오지 않는다.

변호사로서 이혼 소송을 담당하면서 각종 빡치는 공방을 하다 보니

막상 가족일이 되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동생도 지쳐 있었고, 빨리 헤어지기를 원했다.

나도 가족의 일로 공방 하다 보면 감정이 이입되어 내 이혼소송처럼 힘들 것 같았다.


동생 부부에게도 민법상 쟁점은 있었지만 나는 그냥 협의이혼하라고 했다.

동생도 협의이혼을 하기로 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이혼을 했다.    


이런 나도 다른 사람의 소송대리인이 되어 이혼소송을 할 때에는 가끔 하이에나가 되기도 했다.

남의 일이니까 전의도 불태울 수 있고 냉정하게 무엇이 이익이고 유리한지 생각할 수도 있었다.    

누구나 자기 일이 되면 어렵다.     


동생은 이혼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싱글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도 현안 1도 없는 동생과 카톡을 하다 보니 문득 동생의 이혼이 생각나서 글을 쓴다.   

 

결혼은 가짜고 이혼은 진짜라는 말이 있다.
결혼은 주변인의 기대와 이해관계가 개입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혼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주변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내리는 결단이다.

전국의 이혼하신 분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격려드린다.  

   

나는 내 결혼생활에 만족한다.

우리 부부가 이혼한다면  이혼소장을 날리는 사람은 백프로 남편일것이기 때문이다.


오빠, 다음 생에 만나면 그땐 잘해주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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