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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스테라 Jan 19. 2021

피고인의 아이 출생신고를 해 준  변호사

(미혼모 출생신고)


8세가 되도록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딸을 살해한 어머니가 구속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출생신고가 되어 있으면 의료보험과 의무교육 복지혜택을 볼 수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으면 공공기관이 아이의 존재를 알 수 없어서 미취학하거나 사라지더라도 추적할 수가 없다.    


유령처럼 살다 간 아이가 다음 세상에서는 사랑받고 행복하기를 바라본다.    


나와 절친한 변호사님 중 피고인의 아이 출생신고를 해 준 변호사님이 있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정혜진 변호사님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도 나오는 이야기이다.

   

정 변호사님이 기록을 보다 보니 수사기록 앞면에 볼펜으로

국선 변호사님께 부탁드립니다. 아기 출생신고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000 검사 드림.

이라는 메모가 있었다고 한다.     


미혼모인 피고인이 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다음 아기를 두고 도망갔는데, 그녀는 예전에도 아기를 낳고 도망간 전력이 있었다고 한다.


어쩌다 만난 남자와 같이 살다가 애가 생기자 남자가 그녀를 쫓아냈고, 혼자 남은 그녀는 양육할 수 없다는 생각에 아기를 버리고 도망갔다. 그리고 그녀는 도망간 지 한 달만에 잡혔다.  

  

그 사이 아기는 병원에서 아동 보호시설로 옮겨졌고, 정 변호사님은 아동 보호시설에 전화를 해서 아이가 잘 있는지 물었다.


아동보호시설 관계자는 아이를 입양하려는 분이 계신데,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서 일을 추진할 수 없다며 출생신고를 부탁했다.  

   

* 입양 특례법에 따르면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으면 입양이 불가능하다.    


정혜진 변호사님은 미혼이다. 그런데 아기의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정 변호사님구치소를 찾아가 아기 엄마의 위임장과 수용 증명서를 받고,

아기를 낳았던 병원으로 가서 의사를 만나 출생증명서를 받았다.     


그리고 구청으로 가서 출생신고를 하려던 찰나..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102쪽

서류 준비를 모두 끝내고 이제 출생신고서 양식만 채우면 되는 상황이었다. 출생신고서 제일 앞에 출생자 성명을 적는 칸이 있었다 ‘성명’이라는 글자 앞에서 갑자기 멍해졌다.

아, 바보같이! 피고인에게 아기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물어보지 않은 게 그제야 생각났다.
피고인을  접견하고 오면 그때는 구청 업무시간이 끝나고, 아동보호센터에서는 출생신고만을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대안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이름을 지어야 했다.
생애 처음인 출생신고에 해본 적 없는 작명까지 덜컥 맡게 되다니 손이 떨릴 지경이었다.
아빠는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엄마가 낙태 시기를 놓쳐 세상에 태어난 아기의 이름.

엄마와 아빠는 아기의 출생을 반기지 않았지만 이 아기는 다른 모든 새 생명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축복받아야 할 존재였다. 고민 끝에 내 바람을 담기로 했다.
그녀의 성을 따 출생자 성명란에 정성스럽게 한 자, 한 자 적었다.
박. 희. 망.   
 

검사님은 영아유기죄를 수사하기만 하면 되는 사람이었지만 아기의 존재를 외면하지 않았고,

정 변호사님은 이 사회가 아기의 존재를 알 수 있도록 출생신고를 해 주었다.


이 출생신고 덕분에 아기는 이름을 가지고 누군가의 자녀가 되고 친구도 되고, 언젠가 엄마도 되겠지.  

  


자발적으로 미혼모를 선택한 사유리처럼, 미혼모나 미혼부로서 시작하는 가족의 형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날도 올 것이다. 부모 아래 성장해도 가정폭력 등으로 상처 받고 자라는 아이도 많다.


한부모 가정이든 미혼모 미혼부 가정이든 아이를 사랑으로 키운다면 그 가정의 아이는, 부모가 다 있으면서 아이를 학대하거나 방임하는 사람들 아래 자란 아이보다 훨씬 행복하게 자랄 것이다.    


최근 정인이 사건도 그렇다. 친부모라고 자식을 다 사랑으로 잘 키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입양했다고 애정이 덜 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키우는 사람의 마음가짐 문제가 아닐까. 입양하여 사랑으로 키우는 양부모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혼모로서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있다면,

힘든 결정과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잘 찾아보면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을 도와주는 사회적인 제도도 많다.    


미혼모 출생신고 방법
준비물: 신분증, 출생증명서, 아기이름(한자도).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출생신고가 되지만 미혼모의 경우 직접 주민센터에 가기를 권한다.
출산장려금, 아동수당, 양육수당을 수령할 통장도 들고.

아이 키우느라 일을 못하게 되면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가스요금, 전기요금도 감면받을 수 있다.
문화누리카드를 신청해서 아기 초점책과 육아책도 지원받고,
기저귀도 바우처 혜택 받을 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은 소중한 존재이다.


그 아이들이 커서 된 어른도 소중한 존재이다.


우리 모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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