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몬스테라 Jul 02. 2020

법정에 선 아기

형사법정에는 법정과 연결된 방에 구속 피고인들이 대기하는 곳이 있다. 그곳에는 남녀가 나뉘어 재판을 대기한다. 사건번호를 호명하면 교도관이 한 명씩 데리고 나온다.    


방청석에서 내 변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가까이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이었다.

방청석을 둘러보아도 아기를 데려 온 사람은 없었다.     


최근 적절한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고 깜빡깜빡하는 증상이 있었는데

아기 울음 환청까지 들리다니 당황스러웠다.    


한참 뒤 어떤 여자 구속 피고인이 나왔는데, 아기띠를 하고 있었다. 아기띠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아기가 손싸개와 발싸개를 하고 꼬물거리고 있었다. 엄마가 앉아서 대기할 때 아기도 힘들었는지, 엄마가 서서 걸어 나오니 울음을 멈추었다.    


그 아기는 임신상태일 때 법정구속(불구속 재판을 받다가, 선고기일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구속되는 경우를 말한다)된 피고인이 출산하여 구치소에서 함께 생활하는 아기였다.


현재 전국적으로 여러 구치소에 엄마와 함께 있는 아기들이 있다. 재판 후 다른 변호사님으로부터 들었는데, 그 여자 피고인이 있는 구치소에도 아기를 데리고 수용생활을 하는 피고인이 3명 있다고 했다.    


아기는 재판 내내 옹알이 같은 소리를 내며 발을 동동 거리고 손을 움직였다.   

 

인생의 첫출발을 구치소에서 시작하는

그 아기의 삶의 무게에 

법정에는 숙연함이 감돌았다.    


엄마의 재판이 끝나자 엄마 품에 안겨 다시 구속 피고인 대기방으로 들어가는 아기의 얼굴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말했다.     


이 거친 운명을 딛고 부디 평범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거라..   

 

이후 그 아기의 소식을 다른 여자 피고인이 보낸 편지를 통해 듣게 되었다.


구속된 한 여자 피고인이 모범적인 수용생활을 하여 구치소 내에서 소임을 맡게 되었다는 편지였다.

처음 그녀를 접견했을 때는 1심에서 법정 구속되어 징역 2년을 받고 절망한 상태였다. 우느라 말도 제대로 못 했었다.


그랬던 그녀의 편지에 미래에 대한 희망과 다짐, 반성으로 가득했다. 

그녀가 맡은 일은 '구치소 내 아기 목욕시키기'였다.

그녀는 아기를 돌보는 일을 도우면서 삶의 희망을 발견하고 있었다.        


아이는 신이 인간에 대하여 절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 땅에 보낸 사신이다.

(R. 타고르)

                        

이전 07화 법정에서 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