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소통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평소에 말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회사에서 말하는 건 유난히 어려워요"
'말'이 어려운 게 아니라 '회사에서 하는' 말이 힘든 경우죠.
일반 대화와 차이를 알면 문제가 해소될 수 있습니다.
평소에 하는 대화는 친밀함과 감정을 공유하는 데 목적을 둡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감정을 담은 스토리 위주의 콘텐츠를 이용하죠.
그러나 비즈니스에서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사건과 정보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결론을 도출하고 원인을 분석해서 니즈를 충족시키는 '문제 해결'에 목적을 두죠.
그렇기에 일반 대화는 미괄식으로 나의 관점과 감정에 초점을 두고
회사 소통은 두괄식으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합니다.
미괄식 vs 두괄식
미괄식이란 결론이 꼬리(꼬리 미(尾))에 있다고 해서 미괄입니다.
예를 들면
"팀장님, 저번주에 클라이언트 쪽과 미팅했던 프로젝트 A건에 대해서 내부 검토가 끝났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예정되어 있던 행사 일정이랑 겹쳐서 저희가 제안했던 시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일정 변경을 요청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이상할 것 없는 일반적인 말처럼 보입니다. 상황에 따 이렇게 말하는 게 문제 되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팀장님 프로젝트 A건에 대해서 일정 변경을 클라이언트가 요청해 왔습니다. 내부 검토를 해보니 예정되어 있던 일정과 겹친다고 합니다."
확실히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간결하고 명확한 정보를 빠르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왜 미괄식을 사용할까요?
우리나라는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미괄식은 굉장히 관계적인 소통 방법입니다.
"선생님, 저 이 숙제 못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먼저 듣는다면 겉으로는 "왜? 무슨 일 있니?"라고 말하겠지만 속으로는 '얘가 미쳤나, 제멋대로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저 어제부터 속이 뒤집어져서 새벽에 구토를 3번 정도 해서 지금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 그런데..."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면 '상황이 힘들구나'라는 감정적인 접근과 함께 '얘가 아픈 와중에도 상황을 저렇게 설명해 주네'로 시작하게 되죠. 미괄식은 상대방을 존중하며 배려하는 느낌을 줍니다.
책 <생각의 지도>에서는 이러한 결과가 동양의 특징인 농경사회에 있다고 합니다. 강수량이 높은 동양에서는 혼자 잘나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두레와 품앗이'라는 문화만 봐도 공동체를 중요하게 사회에서는 '협력'이 중요한 생존 전략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관계'가 중요했고 무리의 대장을 힘이 센 사람이 아닌 지혜로운 '어른'이 맡게 됩니다. 어른의 심기를 건드려서 마을을 떠나면 살 수가 없었으니까요.
서양은 달랐습니다. 사냥과 거래가 중요했기에 신속하고 정확한 언어가 발달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두괄식이 발전하게 됩니다. "나 배고파서 먼저 가볼게"라는 우리나라 말을 번역하면 "I should go because~" 이렇게 시작하게 되죠. 그렇기에 우리나라는 문맥의 뉘앙스가 중요하고 서양은 숫자를 나타내는 관사(a/the)처럼 명확한 언어가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관계보다 거래가 중요한 회사에서는 자연스럽게 두괄식을 선호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