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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G Nov 17. 2021

너는 겨울을 좋아해?

제 대답은요..

겨울은 따뜻하다


겨울이 도착하기 전이었다.


“너는 겨울을 좋아해?”


누군가 물었다.

잠시 동안 고민하다가 아니라고 답했다. 코끝이 붉어지는 추위 때문만은 아니다.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서 달큰한 귤을 먹으며 캐롤을 듣는 일은 사랑하지만.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들은 가엽고 안녕을 말하는 일은 아직 버겁다. 그래서 한겨울이면 마음이 엉성해진다. 끝, 결과, 종착지. 멀게만 느껴지던 것과 흐릿했던 미래가 오늘이 될 때 왜인지 서글퍼진다. 나는 너와, 나와 안녕하고 싶지 않다. 기다림과 헤어짐의 시간은 마음 어느 구석을 후벼 놓는다. 시계는 되돌리고 싶지 않지만, 마음은 품고 살고 싶은데 이건  어려운 일이다.


눈은 ‘눈으로 보는 것’이 제일 좋다. 언젠가부터 내겐 빈약한 낭만만이 남았다. 눈이 내린 다음날 아침, 멍하니 창문 밖을 5초 동안 보다 생각한다. “오늘은 차 막히겠다.”라고. 밤새 아무도 안 밟은 눈을 제일 먼저 밟겠노라 잠도 안 깬 얼굴로 밖을 나섰던 나의 동심은 어디로 갔을까? 두근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넘어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하얀 눈송이 같은 일들이 온다. 내겐 빈약만 낭만만이 남았다고 비약했지만, 시기마다 다른 형태의 낭만이 자리한다고 감싸 본다. 이번 겨울엔 라떼에게 겨울의 눈이 어떤 촉감인지 알려줄 생각에 제법, 아니 많이 두근거린다. 어쩌면 내가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겨울을 사랑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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