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정착과 지방 거버넌스

비는 다시 내리지만, 떠난 청년은 돌아오지 않는다

by NaeilR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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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 수도권으로 청년들이 떠난 빈 공간을 채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이주민과 다문화 가정이다. 그들은 농업, 제조업, 돌봄, 서비스업 등 현장에서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아직 이 변화를 체계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다문화 정착과 지방 거버넌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 지방소멸 현장의 모순

강원도 고성군의 경동대학교는‘글로벌캠퍼스’로 특성화하면서 외국 고등학교 출신 학생을 적극 유치했다. 그 결과,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외국인 학생과 근로자의 수가 빠르게 늘었다. 그러나 이처럼 이주민의 정착이 지방을 살리는 주체임에도 행정의 시선은 여전히 그들을 ‘사회복지 대상자’로 한정한다. 그들은 분명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노동자이자 소비자임에도 행정 체계 안에서는‘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분류된다. 현재의 다문화정책은 언어교육, 상담, 통역, 문화체험 등 사후적 복지모델에 머물러 있어 이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지역사회에 참여할 통로를 차단하고 있다. 결국 이주민들은 복지의 수혜자이자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고, 그들을 향한 주민들의 시선 역시 “함께 사는 이웃”이 아닌 “지원의 대상”으로 머물고 있다.


□ 새로운 지방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안산시는 이미 2014년부터 외국인 주민이 주민자치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한때 “일자리를 빼앗는 존재”로 여겨졌던 그들에 대한 인식은 이제 “지역의 구성원”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근 시흥시로 확산되어, 외국인 주민들이 스스로 야간자경단을 조직해 운영할 만큼 지역사회 내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주민은 단순한 인구가 아니라, 지방소멸에 대응할 생활인구의 핵심 주체다. 따라서 이들의 사회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거버넌스의 전환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지자체 내 각 부서에 흩어져 있는 다문화·이주정책을 통합 관리할 전담 부서의 신설이 필요하다. 교육, 복지, 고용, 주거, 문화 등 각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종합지원체계를 구축해, 이주민 정책이 단순한 복지의 연장이 아니라 지역정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한다. 또한, 이주민을 단순한 거주민이 아닌 지역에서 소비하고 기여하는 ‘참여형 생활인구’로 전환해야 한다.


그들이 지역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생활 기반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주민과 교류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동체활동이 가능한 다문화 커뮤니티센터나 글로벌 빌리지형 정착촌과 같은 공동체 기반 인프라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주민을 행정의 수혜자가 아닌 정책의 동반자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주민 대표가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사회적경제협의회 등에 참여하여 정책결정 과정에서 실질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들을 지역의 발전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정책 파트너로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사회통합이 가능해질 것이다.


□ 연어는 고향에 돌아오면 죽는다.

그동안 기초자치단체 대상 연구용역을 수행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공무원들의 태도였다. 그들은 “우리 지역은 청년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그 지역에 살지 않았다. 내가 만났던 공무원 대부분은 교육과 복지, 문화 서비스를 위해 다른 도시에서 출퇴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들이 채워야 할 자리를 이미 떠나버린 청년이 돌아와 채우길 바란다. 하지만 돌아오기 위해 고향을 떠나는 사람은 없다.


반면, 이주민은 떠나지 않는다. 그들은 이미 그 지역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삶의 터전이 곧 그들의 미래다. 따라서 복지 중심의 일회성 지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생활 인프라와 교육·의료·문화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 물론 일부는 떠날 수도 있다. 그러나 남아 정착하는 사람들은 결국 지역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지 않는 이유는 필요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생활환경이 한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제도적 교육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체득되는 문화다. 이들이 언어를 배우고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생활공간 자체를 포용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이주민들마저 떠나게 된다면 그 지역은 정말 소멸할 것이다. 이제는 이주민이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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