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잠의 교단이 발견한 것은?
세계는 분명 구원받았다. 노곤이 깨어나서, 하품하고, 기지개를 켜고, 재채기 한 번 했는데—
우주 최강자들이 줄줄이 퇴각했고, 짭곤도 소멸했으며, 포탈은 닫히고, 하늘도 제자리로 돌아왔다.
겉보기엔 평화였다. 왕국 중앙광장에 거대한 천막이 세워졌다. 그 위에 걸린 현수막은 너무 직설적이었다.
〈세계복구위원회 제1차 긴급 전체회의〉부제: “오늘 하루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참석자 명단은 혼돈의 백과사전 수준이었다. 각국의 왕, 마법사, 궁정학자, 대사제, 과학자·천문학자·기상학자, 로봇군단 대표, 잠의 교단(자칭 국교), 그리고 마침 지나가던 염소 한 마리도 들어왔다.
회의 의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개회를 선언했다.
“그럼… 오늘 하루 벌어진 일을 정리하겠습니다…”
서기관이 보고서를 펼쳤다. 종이를 잡은 손이 떨려 글자가 흔들렸다.
식혜 외침 → 화산 폭발
배고픔 발언 → 기후 붕괴
기지개 → 달 궤도 흔들림
세수 → 조수간만 20배 증가
재채기 → 차원 포탈 개방
뒤척임 → 대륙 1.2cm 이동
하품 → 우주 최강자 제로그라이트 격퇴
짭곤 등장 → 꿈 세계 균열 시작
짭곤 소멸 → 파동의 공백, 현실 충격파로 반영
회의장은 숙연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잠의 교단으로 쏠렸다. 교주는 먼지 덮인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한 권의 두꺼운 장부.
〈용사 노곤의 잠의 이력과 세계 반응 기록집〉 부제: “정말 힘들게 적었습니다.”
교주는 차분히 설명했다.
“노곤님이 ‘산책’한다고 말한 날, 바람이 반대로 불었습니다.”
“‘귀찮다’고 말한 날, 지각판이 자기 자리를 스스로 찾았습니다.”
“‘졸리다’고 눕는 순간, 세계의 마력 흐름이 안정되었습니다.”
누군가 손을 들었다.
“…이거 농담입니까?”
교주는 장부를 내밀었다.
“아닙니다. 저희는 종교지만 과학도 병행합니다. 짭곤이 사라질 때 남긴 잔여 파동을 분석한 결과…"
과학자들이 동시에 외쳤다.
“이 파동은… 꿈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주파수다!”
“그렇다면…?”
“노곤의 무의식이 직접 세계에 누출되고 있는 겁니다.”
회의장은 일시에 얼어붙었다. 교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더 충격적인 진실을 말했다.
“노곤님은 힘을 쓰기 위해 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 분은 어떤 힘을 봉인하기 위해 자고 있는 것입니다.”
왕 : “그럼 깨우면 어떻게 되냐?”
학자: “행성이 몇 조각 나는지 계산이 불가능합니다.”
기상청: “하품 한 번이면 기후가 초기화됩니다.”
마법사: “재채기면 차원이 찢어집니다.”
로봇군단: 《결론: 재우는 것이 최선》
회의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결의안이 채택되었다.
〈결의안 1호〉용사 노곤의 안정적인 수면을 세계 최우선 과제로 한다.
〈결의안 2호〉노곤의 허기·스트레스·놀람을 ‘국제적 금지 요소’로 규정한다.
〈결의안 3호〉잠의 교단을 국제 필수 기관으로 인정한다.
교단은 환호했고 학자들은 울었고 과학자들은 눈물 닦으며 계산기를 버렸다. 그때, 과학자 한 명이 새로운 그래프를 들고 뛰어왔다.
“짭곤과 제로그라이트가 사라질 때 노곤 님에서 이런 파동이 나왔습니다!”
그 파동은…현실에서 측정되지 않는 꿈에서만 존재하는 그리고 누군가의 무의식과 싸우고 있다는 신호였다.
교주는 입술을 떨며 말했다.
“…노곤님의 꿈이… 이제 현실을 침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결론을 내렸다.
“노곤님의 무의식에 접근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명뿐입니다.”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허리 붙이고 파스 떡칠하고 앉아 있던 전 마왕, 발두르 나이크람 7세.
마왕은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왜 또 나야.”
*이 글에 포함된 이미지는 AI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