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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별펭귄 Apr 08. 2024

인생이란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민트별펭귄의 이야기 1





 눈을 감았다. 온갖 사념이 나를 이리저리 흩뜨린다.


 책을 읽었으되 읽지 않았다. 글을 쓰되 쓰지 않았다. 도저히 글을 쓸 수 없었다. 연재하던 글을 몇 번이고 지우고 썼다 지우고 썼다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나도 안다. 그동안 서평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나의 이야기를 조금씩 흘려왔다. 헨젤과 그레텔이 돌아갈 길을 표시하기 위해 빵을 한 점 한 점 바닥에 떨어뜨렸듯이 나도 내가 다시 돌아갈 길을 위해 하나하나 이야기 토막들을 떨어뜨려 왔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마녀에게 붙잡혔다. 뒤를 돌아보니 내가 흘린 이야기 토막들은 숲 속의 새들이 빵조각들을 다 먹어버린 것처럼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글들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찾을 수 없었다.




―.


 잃어버린 글의 자취를 찾아 헤매다 다시 책상 앞에 돌아와 글을 쓴다.


 왜 글을 쓸까.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삶도 있다고 이런 이야기도 있다고 이 세상에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야기하고 싶다. 제발 좀 알아달라며 이 마음 좀 알아달라며 세상에 두 팔을 필사적으로 흔들어 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금 두려워졌다. 두려움 많은 인간은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 속에 기록으로 남는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 대단치도 않고 마냥 올바르게 처신하며 살아온 인생은 아니기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야기를 꺼냈을 때 누군가 상처받는 이가 생기진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온다.


 한편으로는 한 사람의 진면목을 알게 된 이들이 그를 손가락질하며 매도할까봐 두렵다. 이 세상에서 영영 이방인으로 지구라는 별에서 추방당해 머나먼 우주를 홀로 유영할까봐 무섭다.




 하지만 용기를 내보기로 한다. 서평을 쓰며 책과 글로 참 많은 위로를 받았다. 세상이 늘 그래왔듯 이곳에는 언제나 선한 이들이 있었고 선한 글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글은 힘을 가지고 있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아니다. 다만 아직 꿈을 잊지 않은 사람이다.


 무모한 도전을 또 하나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하루의 고단함을 조금은 잊게 만드는 그런 글을 적어보리라 꿈을 가진다.


 그 누구보다도 나 자신을 위해 이 글을 적는다. 더는 막연한 공상에, 과거의 상처에 나 자신을 던져두지 않기로 했다. 나라도 내 편에 든든히 서주기로 했다.


 나는 작가이자 독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나는 내 속마음을 잘 비추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동안 나는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심지어 가족에게도 내 마음속 이야기를 쉽사리 꺼내지 못하고 살았다.


 그동안 살면서 사람들에게 받고 산 상처들이 너무 많았다. 천성적으로 태어나기를 민감하게 태어난 나의 기질 탓도 있었고, 무례하고 남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난 것도 있었다. 사회적 편견들에, 무심한 사람들의 표정과 시선에 쉽게 상처를 받기도 했다.


 이쯤 이야기를 하면 어떤 사람들을 나를 예민하다고 매도하고 또 다른 상처를 준다. 더 이상의 상처받기를 꺼렸던 나는 나의 예민함을 꾹꾹 상자 속에 아무렇게나 쑤셔 박은 옷가지마냥 눌러 담아 뚜껑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나의 수용 한계선을 넓혔다. "그럴 수도 있지." 만능 문장을 들고 가능한 모든 것을 포용했다. 세상에는 수천 가지 수만 가지의 삶이 있다고 되뇌었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가식적인 인간이라고 뭐라 하기도 했다. 차라리 가식적인 것이 나았다. 더 이상 사람으로부터는 상처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


 나는 자기기만과 진정한 수용과 포용을 제대로 구분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는 나 자신을 기만해왔다. 상처를 받고 있었음에도 안 받는 척, '그럴 수도 있지' 문장 뒤에 숨어 괜찮은 척, 온갖 척을 해왔던 것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마음조차 알아주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속이 곪아 들어갔고 많이 아팠었다. 그리고 한계 수용선을 넘은 내 안의 화는 부글부글 끓으며 들썩이는 냄비뚜껑 사이로 금방이라도 끓는 물이 사방으로 넘쳐흐를 듯 위태위태했다.

 

 그러다 책을 읽었다. 독서는 좋은 선택이었다. 수많은 이들의 삶을 바라보며 나의 삶을 조금이나마 긍정하게 되었다. 진정한 수용의 자세를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진정한 다양함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한편 나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는데 어떻게 남들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깨달음이 생겼다.


 그래서 나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 찾고 싶다. 그리고 그 끝에는 나의 행복과 한가득 미소를 지은 사람들의 행복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스스로의 장단점을 찾아본다. 아니나 다를까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는 감정기복이 심하다. 욱하는 성질에 고집도 센 편이다. 가장 큰 단점은 부정적인 마음을 잘 통제하지 못한다. 그래서 쉽사리 가까운 이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언젠가 지나가듯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사랑한다는 것은 나의 자아가 상대방에게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상대방을 나의 영역에 포함하여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이들에게 왜 이렇게 상처를 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나 자신에게 잘 못 해줘서였다. 나부터 나 자신에게 상처를 주니 어느 순간부터는 나만큼 소중해진 상대방에게도 상처를 줬다.



 그렇다. 나는 나 자신을 생각해주지 못하는 사람으로 자랐다. 남을 배려하고 아껴주려고 노력하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쉽게 상처 주고, 다그치고, 조금만 잘못해도 못났다 말하는 어른으로 자라 버렸다.


 나는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은 강한 사람이다. 다들 나의 무슨 점을 보고 칭찬을 해주는지 실은 잘 모를 때도 많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나를 더 알아가고 나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진정한 나를 찾아보려고 글을 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길을 찾고 싶다. 아니 찾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 더 이상 상처를 주지 않을 것이다. 확장된 나의 영역 안에 문을 열고 들어온 상대방을 오롯이 사랑할 수 있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낯부끄럽지만 나의 좋은 점 역시 찾아보기로 한다. 나는 감정에 민감한 만큼 다양한 감정들을 세심하게 느껴볼 수 있다. 잘 웃는다. 많이 웃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섬세하다. 주변의 분위기를 잘 알아챈다. 그동안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이래저래 많았던 나는, 오히려 그렇기에 나만큼은 사람들에게 상처 주지 말고 살아야지 다짐했다. 고운 말, 아름다운 말을 많이 쓰고 살려고 노력했다.


 그 노력이 최근 들어 빛을 발하는 것인지 말을 예쁘게 한다는 칭찬을 몇 번 받았다. 기분이 좋다. 더 선하고 올곧은 마음으로 남들을 바라보고 고운 말을 하며 인간답게 정감 가득하게 살아보기를 다짐한다.



 


  지금 나의 관심사는 나의 현재와 미래이다. 하루에도 수백 번씩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어둡고 막막한 미래가 나을까. 불투명하고 고생길이 훤하지만 그래도 한 줌의 희망이 있는 미래가 나을까.


 내가 가고 싶은 길은 있는데 세상과 남들의 시선이 두렵다. 막상 저질러 놓고 후회하면 어쩌지 오만 가지 걱정이 든다. 그저 이 일상의 안정감에 스르르 녹아들고 싶다.

 


―.


 그럼에도 탈출하고 싶다. 나도 이제는 남의 눈치 좀 그만 보고 나의 삶을 살고 싶다. 이왕 이 세상에 태어났다면 다시 엄마의 태중으로 무를 수 없다면 세상에 진짜 도움이 되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 내가 원하는 삶을 통해 세상에 긍정의 힘을 더해보고 싶다.


 더 많은 경험을 하고 더 많이 배우고 싶다. 그렇게 나는 결심을 한다. 언젠가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최선의 선택을 내린다.



...



 나는 퇴사를 결심한 공무원이다.






By. 민트별펭귄.


사진 출처 : pixabay

본문 출처 : 민트별펭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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