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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Apr 19. 2024

사랑은


창아지제 낙동강 둑을 걷다가

해를 한 뼘 놓아둔

물속이 궁금하였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나 됐을까

지나가는 사내 녀석 붙들고 내려가는 길을 물었습니다.

손가락으로 가리켜도 되는 걸

녀석은 표정도 없이 앞장을 섭니다.

저기도 길이 있을 것 같고

이쪽으로 가도 될 것 같은데

제키 만한 망초꽃 무더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물은 게 죄라

멀었니? 몇 번이나 다그쳐도 말도 없습니다.

시음풀 엉겅퀴 이름 모를 잡풀들이

발목을 휘감기도 하고

힐끗힐끗 보기도 하고

수군거리기도 했습니다.

기어이, 이 길이 맞니? 물어보니

그제야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망초꽃 한 다발 묶어 든 손으로 

녀석이 가리킨 곳에


아하,

강가 둥지 속

하얀 물새알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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