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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Jun 17. 2024

친구를 만나


친구와 화왕산으로 드라이브를 갔습니다.

처음은 작은 비였으나 이내 폭우가 쏟아졌지요.


찻집으 들어서기 위해 차에서 내릴 때

친구는 손으로 머리를 가리며 뛰었고

나는 발밑을 보며 뛰었습니다.

조용한 카페에 마주 앉아서도

둘의 행동은 달랐습니다.

친구는 머리카락 하나하나를 세우기 위해 애썼고

나는 카페 안을 둘러보는데 정신을 쏟았습니다.

카페의 주인은 비를 무척 싫어하는 사람인 듯했습니다.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창문마다 비닐을 덧씌웠습니다.

분위기에 좋은 향초가 있고 도자기와 각종 장식물들이 있었지만

나는 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자리가 너무 정돈이 잘 되어있어서 내가 있어야 할 틈조차 마땅치 않아 보였습니다.

 

한때 친구는

마을에 하나밖에 없던 미용실 원장이었습니다.

몇 년 사이 어쩐 일인지 조그만 마을에 미용실이 세 개로 늘면서

친구는 미용실 문을 닫았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드라이브도 할 수 있지만

친구의 미용실이 사라진 것은 영 아쉽습니다.

 

몇 년 전, 파마를 하기 위해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문득, 거울을 보니

부은 얼굴로 무표정하게 앉아 있는 내 모습이 심통스럽게 보여

울고 싶었던 건 아니었는데, 실없이 눈물이 나왔습니다.

미용실 원장은 아무 말 없이 파마를 다 말더니

전화번호 하나를 메모지에 적어 나에게 내밀었습니다.

무슨 뜻인지 몰라 멀뚱멀뚱 쳐다보는 나에게

나는 무식해서 말을 잘하지 못하지만

감골에 사는 이 언니는 무척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며

미리 말해 둘 테니 가끔 만나서 친구 삼아 이야기하랍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지만

미용실 원장과는 그래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물론 감골 언니도 가끔 만나기도 합니다. 셋이서.


지금 친구는  큰 도시 참 좋은 아파트로 이사를 갔습니다.

그러나 가끔

친정언니처럼 나를 챙기러 오곤 합니다.

인연이 참 우습죠?

 

한 사람이 흘러가면 한 사람이 다가오고

이 마음이 흘러가면 저 마음이 다가오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사람을 보내고 맞이하며 흘러갑니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은 친구와 화왕산 카페에서 함께 웃었습니다.

어느 날 이 친구도 강물 따라 흘러가겠지만

어느 날 나도 강물 따라 흘러가겠지만

흐르다 또 마주칠 날도 있겠지만

여전히 각기 다른 시선으로 틈을 내주며 바라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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