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ret 어린 왕자 1

암호! 코끼리!

K

어느 날, 아저씨는 내게 한 장의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 그름이 무엇으로 보여?"라고 물었어.

아저씨가 여섯 살 때  그린 그림이래.

누가 봐도 모자야. 그렇지?

아저씨의 설명을 듣지 않고 이 그림을 보아뱀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을까?

있긴 있었어.

사막에서 만난 어린 왕자는 단번에 알아봤다는 거야.

두 번째로 알아본 것은 내가 아닐까?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아저씨가 그린 그림이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거든.

모자에 눈이 있을 리 없잖아.

그런데 그림을 한참 보다가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

보아뱀과 코끼리중 누가 더 놀랐을까?

"그 후 보아뱀은 어떻게 되었어요? 코끼리는 어떻게 되었어요?"

하고 아저씨에게 물었을 때,

아저씨는 내 눈을 보며 조용히 속삭였어.

"그것이 너에게 말해주려는 진짜 비밀이야. 

하지만 어린 왕자와 나의 이야기를 듣고 네 스스로 알아내야 해."

아저씨의 말을 듣고 나의 상상은 시작되었지.

먼저 두장의 그림을 꼼꼼하게 다시 보았어.

코끼리는 혼자 있었겠지.

세상은 너무 불공평하고,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투덜투덜 거리면서말이야.

어쩐지 나를 닮은 것 같아.

그러다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깜깜한 굴속으로 와버렸고,

그곳은 점점 조여들어 숨이 턱 막혔을 거야.

코끼리는 갑자기 변한 상황에 눈을 멀뚱멀뚱 떠보았겠지.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이런 생각을 했을 리는 없고, 

갑자기 변한 현실이 막막하고 두려웠을 거야. 

당황한 코끼리는 코를 뻗어보려고 애쓰다가 한걸음 앞으로 내디뎌 보았겠지.

????

어떻게 됐냐고? 누구? 보아뱀? 코끼리?

글쎄 코끼리의 방향을 봐서는 쌔드앤딩이 맞는 것 같아. 보아뱀의 명복을 빌자.

K

원하지도 않았고 상상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깜깜한 암흑 속에 묻힐 때가 있어.

출구도 없고, 오던 길도 지워졌을 때.

주변엔 아무도 없고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그저 막막해서 숨이 막혀오는 순간에

secret이 필요하다는 것을 아저씨는 그림으로 말하는 것 같았어.

코끼리처럼.

코끼리 걸음으로 딱 한걸음.

그것을 기억해 내는 거지.

보아뱀은 코끼리를 가둘 수 없어.

두려움은 코끼리를 삼킬 수 없어.

K

내가 코끼리 한걸음에 대해 말했을 때

아저씨는 비로소 빙그레 웃었어.

어린 왕자와 아저씨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어 정말 기뻐.

나에겐 가장 소중한 추억이 될 거야

다시 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