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나의 집엔 울타리에 기댄 해바라기가 늘 먼 곳을 바라보고 있지.
집에 해바라기가 많은 것은
뭐, 다른 이유가 아니고
사람들이 나의 집을 ‘해바라기 집’이라고 불러주길 바라기 때문이야.
우편물에 B-612라고 주소가 적힌 것보다
가오리에 있는 ‘해바라기 집’ 오서하
멋지지 않아?
아참 B-612는 어린 왕자의 주소야.
괜히 편지하고 그러지 마.
아무튼
어느 날 아저씨가 할아버지에게
“해바라기 집이 어디지요?” 하고 물을 테지.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겨우 올리며 깊은 산속을 가리킬 거야.
보아뱀 속에 있던 호기심 가득한 코끼리 눈동자 기억해?
난 그림 속에 코끼리가 아저씨의 자화상이라는 걸 단번에 알았지.
순진한 눈동자
거대한 코끼리
코끼리 아저씨는 뚜벅뚜벅 걸어서
깊은 산속 해바라기 집 울타리 옆에 서있는 어린 공주를 알아보게 될 거야.
요즘 시크릿이 유행이야
부자 되는 법
친구 사귀는 법
예뻐지는 법
자존감이 높아지는 법
끌어당기는 법
이 법 저 법
난 그런 법을 좋아하지 않아. 법대로 하라지.
해바라기 집 나와라 얍! 그러면 정말 눈앞에 나타나는 법이 있다고 믿어? 정말 그래?
그건
어린 왕자의 주소를 소행성 B612라고 만들어버린 엉뚱한 어른들의 머리에서 나온
엉뚱한 법들이거든.
어른들은 숫자만큼이나 법칙을 엄청 좋아하는 것 같아.
K
나의 아저씨는
상자에 양을 소중히 안고 떠나버린 어린 왕자를 알고 있어
어린 왕자를 잊지 않기 위해서 그림물감과 연필을 샀다고 해.
하지만
상자 속에 있는 양을 그리지 못해서 안타까워했어.
그 양은 어린 왕자만의 양이었으므로
아저씨는 볼 수 없었던 거야.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군가에게는 가장 소중한 무엇이 상자 안에 있다는 걸
아저씨는 믿고 있었어.
원하는 것은
더 소중한 것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그 안에 있다는 믿음.
K
다만,
너의 가슴 안에서 빛나는 그것을 잘 간직해야 해.
기적은 찾는 것이 아니고,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고,
이미 있는 것을 소중히 간직하는 것이라는 걸
믿었으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