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ret 어린 왕장 6

아! 아저씨!

K

여고시절

부모님은 가난했으나, 나는 가난한 줄을 몰랐어.

나에겐 다락방이 있었기 때문인데, 다락방은 나의 왕국이었거든.

다락방에는 작은 창이 있었고 창밖에는 별이 빛났지.

30촉 전등아래서 어린 왕자 책을 읽다 일기장이 젖도록 펑펑 울던 날이 생각나.

어린 왕자 6번에서 아저씨를 처음 만난 날이었어.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설레곤 해.

K

남들보다 더 높이

남들보다 더 많이

"남들보다 더"라는 성공에 대한 가치관이

지구별을

나무 한 그루 없는 뾰족뾰족한 바위산으로 만들고 말았어.

어느새 남들은 우리의 기준이 되고 말았어.

그러나 단언컨대,

남이란 각기 쓸쓸한 별들일 뿐이야.

내 곁을 스쳐가는 강물일 뿐이야.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바라보아야 할 대상인 것이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아저씨를 만나서 알게 되었어.

다락방에서

여고시절에.

K

모르는 누군가가 네게

자기는 슬픈 날이면 해가 지는 것을 보는데, 어느 날에는 마흔네 번이나 봤다고 한다면

뭐라고 말해주겠어?

뻥까지 마.

돌았니?

라고 되물을 수도 있지. 너도 나도 아는 일이야. 지구에 사는 누구라도 아는 상식이야.

해는 하루에 한 번만 진다는 것을.

그런데 아저씨는 어린 왕자에게 이렇게 말해.

"마흔네 번이나 해가 지는 것을 본 날은 얼마나 슬펐던 거니?"

K

그 뒤로 나는 아저씨를 자주 떠올렸어.

"오늘은 얼마나 슬펐던 거니?"

다락방에서 별을 보는 날

아저씨는 그렇게 물어주었지.

그러면 내 슬픔은 사라지고 아침에 무사히 눈을 떴어.

네가 지는 해를 바라보는 날,

네 슬픔을 먼저 만져주는 사람이

네 곁에 있다면

삶은 이미 아름다운 성공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거야.

너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되어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될 테니까.

K

  <남들보다 더>라는 생각으로 보아뱀 속에 머물지 않기를 바라.

초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코끼리!

아름답고 슬픈 너의 날을 바라보는 내가

등 뒤에 있음을 잊지 말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