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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Jun 03. 2024

밤으로의 여행

- 밤은 촉각의 영역이고 촉감의 왕국이다.

- 윌트 휘트먼이 시집에서 다음과 같이 읊을 때, 그는 밤을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인 양 생각한 것 같다. “가슴을 드러낸 밤을 꼭 껴안아라! 매혹적이고 풍요로운 밤을 꼭 껴안아라라!/ 남풍의 밤!/ 드문드문 커다란 별이 보이는 밤!/ 여전히 꾸벅이는 밤!/ 정신 나간 벌거벗은 여름밤!/

- 인체의 내부는 언제나 밤이다.

- 인체의 영속적인 밤은 우리 모두의 시작점이다. 그러니 우리는 실로 육체의 밤이 낳은 아이들이다.

- 우리는 최초의 열 달을 어둠 속에서 보내며 아주 가끔씩 비치는 희미한 빛에 조바심을 쳤다.

- 우리의 머릿속은 더욱 어둡다.

- 두개골에서 2cm 남짓 안쪽부터는 언제나 어둠에 묻혀 있다.

- 어둠과 빛을 교차시키는 생득적 체내 시계는 생명의 기원 자체에 존재한다. 그것은 인간 존재의 중심에 있는 불가분의 이원적 맥박이다.

- 멜라토닌 수치는 오전 1~2시 사이에 최고치에 달한다.

- 코티솔은 아마도 가장 강력한 면역억제제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 밤의 마지막 몇 시간 내에 인체에 가득 밀려드는 코티솔의 흐름은 우리의 면역 체계를 억제하여 인체를 바이러스와 병의 공격에 대해 무방비 상태로 남겨둔다.

- 숲과 들판에 잠이 드리운다,/ 보라! 잠이 드리웠다. 나무들이 잔다./ 밤이 온다. 대지는 잠에 싸여 있다./ 로버트 브리지스

- 고양이는 잠을 많이 자는 동물로 유명하다. 잠깐씩 조는 선잠도 하루에 12시간이 넘는다. 고양이의 자는 시간은 인간의 평균 수면 시간의 2배 가까이 된다.

- 그러나 오늘날 많은 종류의 상어들이 물속 동굴의 모랫바닥에서 잠을 잔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 개미도 잔다.

- 양과 소는 거의 잠을 자지 않는다. 하지만 말은 하루에 약 7시간 수면을 필요로 한다.


                           - 밤으로의 여행 / 크리스토퍼 듀드니 / 오후 11시 중 일부  -





나는 나의 내부에서 오는 밤의 소리에 시달린다. 바로 이명이다.

이명은 내가 자리에 누운 시간에 일어나 기지개를 킨다. 그 시간부터 나는 소리에 갇힌다. 촘촘한 창살. 기어이 내가 미쳐야만 창살이 걷힐 것이다.  

-누군가 귓가에서 야상곡을 연주한다고 믿어 봐 -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었다.

맙소사! 야상곡이라니.

나는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귀에 들리는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리듬 없는 리듬을 좋아하지 않는다. 설사 그것이 소리가 없는 시라고 할지라도 엇박자라면 좋아할 수가 없다.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소리들을 어떻게 좋아하란 말인가. 제발.

이명은 오래도록 나와 몸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세계를 확실하게 차지하고 있다. 아니다 나의 주인님은 이명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명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야상곡이라니.

- 네가 들었다는 별들이 우는 소리도 결국 이명이었어. -

그녀가 깔깔깔 웃었다.

- 쉿, 주인님이 들어. 별은 아무래도 좋아. 그냥 나는 좀 쉬고 싶어.-

하인도 쉬고 싶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내 생각이라는 것이 내 생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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