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어젯밤 꿈에서
나는 보아뱀 속에서 울고 있었어.
그때 누군가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잡고 한걸음 걸을 수 있었지.
초원에는
아저씨도 어린 왕자도 K도 모두 환하게 웃고 있어서 나는 정말 안심했어.
꿈에서 깨어났을 때,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온 아저씨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꺼냈어.
어린 왕자가 지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만난 존재가 뱀이었대.
이 위협적인 동물은 어린 왕자를 만나자마자 수수께끼 같은 말을 했다는 거야.
뱀은 임금님의 손가락보다 자기가 더 강하다고 뽐냈다는 거야.
배보다 먼 곳으로 어린 왕자를 보낼 수도 있고
필요할 때가 되면, 장미가 있는 어린 왕자의 별로 순식간에 보낼 수 있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대.
나는 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어서 어리둥절했어.
아저씨는 힌트를 하나 더 주었어.
-우리는 모두 탄생을 통해 지구에 오지. 아마 어린 왕자도 그랬을 거야.
탄생과 분리될 수 없는 것. 무엇일까?
나는 여전히 고개만 저었지.
아저씨는 비밀을 말하는 것처럼 속삭였어.
-뱀은 ‘죽음’이었어. 삶은 죽음과 함께 태어나지.
K
아저씨는 하나를 더 말해 주었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문구래.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삶을 보다 진지하게 대하라는 뜻을 담고 있대.
어둠이 밝음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것처럼
죽음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은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 준다고도 했어.
어린 왕자는 우주를 떠돌며 결국 지구에 도달해서
죽음을 만났고, 현실을 인식하게 되었어. 그리고
사랑, 우정, 책임에 대해 깨달으며 자신의 여정을 완성해 나갔다고 할 수 있어.
K
오늘은 마음이 무거웠어.
어젯밤 꿈 때문이야.
갑자기 안갯속으로 사라진 어린 왕자와 K를 찾으며 나는 꿈속에서 한없이 울었거든.
하지만 아침이 되자
나는 삶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어.
뱀이 어린 왕자에게 "필요할 때 도와주겠다"라고 말한 것처럼
나도 뱀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겠지.
그때까지는 지구에서의 여정을 진지하게 바라볼 거야.
어린 왕자가 지구에서의 만남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삶에 대한 책임감을 되새긴 것처럼
삶에서 소중한 것을 잊지 않을 거야.
이것이 어린 왕자에서 새롭게 배운 secret이라고 생각해.
K
꿈에 찾아와 줘서 고마워.
우리는 언제가 풍요로운 초원에서 만나겠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진실한 코끼리 한 걸음을 게을리하지 않을 거야.
그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