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길버트 꽃
K
어린 왕자가 사막을 여행하면서 두 번째로 만난 것은 ‘꽃잎이 세장 밖에 없는 꽃’이었대.
모래 폭풍이 부는 사막에서 꽃잎 세장을 포기하지 않고 뿌리를 내리던 꽃에 대해 나는 많은 생각을 하였어.
물론 어린 왕자와 아저씨는 꽃에 대해 생각이 다를 수 있어.
그래서 오늘은 내 생각만 말할 거야.
어린 왕자는 사막의 꽃에게 "사람들은 어디 있니?"라고 물었는데,
꽃은 "사람들을 몇 명 봤지만 바람에 날리는 뿌리 없는 존재들일뿐이다."라고 대답했다는 거야.
어린 왕자는 어쩌면 마음속으로 사막의 꽃이 조금은 거만하다고 느꼈을지 몰라.
꽃잎은 세장 밖에 없고 꽃의 뿌리라는 것도 대단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사막은 척박하고 고독해.
뿌리가 없다면 곧 말라버리지.
누가 물을 주지도 않고,
누가 바람막이를 해주거나 유리 덮개를 씌워주지도 않아.
그래서 스스로 뿌리를 뻗는 일은 무척 대단하다고 나는 생각해.
뿌리는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secret 일지도 몰라.
어린 왕자는 그 점을 알아주어야 했어.
나는 어린 왕자 별에 있던 장미도 생각해 봤어.
장미는 화려하고 특별하며, 어린 왕자가 유일하게 소중히 여긴 존재인 것은 맞아.
하지만 이기적이고 까다로워.
사랑받고 싶어 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해 어린 왕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잖아.
물론
어린 왕자에게 사랑의 의미와 책임감을 가르치며, "길들이기"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것은 사실이야.
무엇보다 장미는 아름다웠지.
그러나 스스로를 보호하는 생존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야.
나는 솔직히
강인함과 생존, 그리고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막의 꽃이 더 좋아.
사막의 꽃은 마치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쓴 엘리자베스 길버트 같지 않아?
K는 어떻게 생각해?
아무래도
감정적이고 의존적이긴 하지만 무척 매혹적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 같은 장미가 역시 좋다고?
그럴 수 있지. 각기 살아가는 방법은 다르니까.
모두는 각자의 세상, 각자의 사막을 갖고 있어.
꽃들은 각자의 상처가 있고
상처를 통해 관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며 삶을 통찰하게 되지.
그렇게 생각하니
secret은 어디에나 숨어있는 보물 같아.
K
뿌리는 정체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
보아뱀 속에서 녹아드는 순간일지라도
내가 누구인지 아는 순간,
한걸음 걸을 수 있어.
초원으로 향할 수 있어.
나는 코끼리. 행진곡을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