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아저씨에게 어린 왕자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코끼리들에게 빠짐없이 이야기를 전달할 것을 약속했어.
그러므로 다소 진부하고 지루할지라도 내 편지가 중단될 수 없음을 미리 말해두는 바야.
바위산에 이어 어린 왕자의 경험을 계속 이야기할게
바위산에서 내려온 어린 왕자는 어느 정원에서 5천 송이의 장미를 보고 충격에 빠져 울고 말았대.
나는 어린 왕자가 울었다는 이야기가 충격이었어.
'도대체 왜 울었을까? 이별의 순간에도 울지 않던 어린 왕자가.'
생각 끝에 나의 결론은 이거야.
믿었던 '특별함'과 '유일함'에 대한 환상이 깨진 거지. 자신만의 확신이 흔들린 거야.
나의 꽃만이 태양과 맞먹는 유일한 꽃인 줄 알았는데,
지구에 와 보니 널린 게 장미라서 충격이었던 거지.
어린 왕자는
장미를 사랑한 것이 단순히 외형적인 것이 아니라, 장미와 함께한 시간과 노력, 책임감 때문에 특별했던 것을 깡그리 잊은 거지.
나는 어린 왕자가 지구에 와서 못된 것만 배운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어.
비교하기 말이야.
물론
비교는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발전해 나가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기도 해.
하지만 이를 잘못된 방식으로 사용할 경우, 행복과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껴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게 되고,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잖아.
결국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집중하게 되거든.
사막이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홀로 자란 ‘꽃잎이 세 장밖에 없던 꽃’ 기억나?
사막의 꽃은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특별함"과 "독립성" 그 자체로 참으로 매력적이었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였어.
K
만약 그대가 5천 송이 장미를 만나면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세상에 이렇게 많은 장미가 모여 있구나. 저마다 조금씩 다르게 피어난 모습이 얼마나 신기하고 아름다운지! 이 모든 장미들이 각자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겠지."
“저 5천 송이 장미도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존재일 거야."
"이 많은 장미들 중 한 송이와 내가 관계를 맺게 된다면, 그 장미는 곧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되겠지. 그 특별함은 내 마음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거니까."
"이렇게 많은 장미가 있다면, 누군가가 모든 장미를 돌보는 일은 얼마나 어려울까? 나도 그들의 일부를 이해하고 보살피는 역할을 맡는다면 가치 있는 일이겠지."
"5천 송이라는 숫자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모든 장미가 똑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고 있듯이, 사람도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모두 고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다양성과 관계의 가능성,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찾으려는 시도만이 비교하기를 멈출 수 있어.
아무튼
secret은 비교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나는 믿어.
K
알고 있지?
초원으로 가는 우리의 한걸음.
사막을 지날 때 노란 여우를 보거든
먼저 “안녕?”하고 인사하길 바라.
산들산들 미소 띤 얼굴로.
노란 여우, 누군가 나에게 붙여준 별명이었어.
21장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