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꿈
저길 봐요,
젊은 새가
깃털을 뽑을 때마다
뿌리째 흔들리는 바람을
-피곤해
-깃털을 날려 봐요
고양이를 키웠어요
발톱을 깎아 준 뒤로
꽃을 좋아했지요
모래상자에 똥을 누지 않고
나무 위에 앉아
날갯짓을 하더니
달빛을 받아 훨훨 숲으로 날아갔어요
내 말 믿으세요?
-피곤해
-시간이 필요해요. 여긴 온통 흑백인걸요
고양이는 유리구두를 신지 않아요
구두는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니었어요
바람 없이 길이 날까요
날개 없이 길이 날까요
숲은 숲의 울음이 있고
시간은 시간의 울음이 있겠지만
구두를 벗어야 날 수 있어요
-피곤해
-알아요. 구두 따위는 잊어버리기로 해요
처음부터 시간 따윈 없었어요
깃털이 모두 뽑히고
똑똑 피가 돋아나고 있어요.
가벼워지기 시작했어요
이제 날아가도 좋아요
슬픈 꿈 밖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