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비를 끓여요
내장 말끔히 비워진 방에서 수제비를 끓여요
바람 한 자락 걷어 행주질을 하고요
형광등에 앉은 소금기로 하얗게 부어 오른 몸을 반죽해요
새우 몇 마리가 한소끔 푸덕 살아나요
가둔 것은 늘 끓어 넘치잖아요
아버지는 열나흘 돌아오지 않았어요
엄마는 짙푸른 홑청마저 뜯어 전당포로 갔고요
푸른 홑청 연꽃 사이로
물자라 알을 등에 지고 나왔지요
벽에 기대어 물구나무를 서면
매미 껍질을 쓰고 둥둥 떠다니는 동생이 보였어요.
못 자국 하나 없이
내 살은 한 이파리 한 이파리 떠올라 얇고도 부드러워요
나른하고 얇게 펴 바를수록 슬슬 웃음이 나와요
수제비가 끓어요
속울음은 모두 끓어야 잦아들잖아요.
엄마는 한 입 내 살을 채워주고 새우를 골라 혀끝에 굴려 줘요.
부풀어 오른 것들을 먹어 치우면, 아직도 물자라 등
귀만 덜렁 누워
말갛게 비워내는 소리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