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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등 Mar 26. 2024

무덤에 세 들어


무덤에 세 들어



무덤에 세 들어 살아요

호미로 벽을 일구면

연약한 한 잎,

소쿠리 같은 방이 휘청거려요

등을 펴보는 날은

달랑거리던 창이 열려 허공이 되고

어디선가 풀잎이 풀잎을 갉아대는 소리

별들이 번식하는 소리 바글거려요


“하지만 여보,

 자꾸 풀이 시들어가요-

“담배 탓일까?

 내 한쪽 어깨도 자꾸 시드는 걸-

“뿌리 쪽에서 달큼한 냄새도 나는 걸요

 꽃도 피지 않았어요-

“역시 담배 때문이야

 난 이미 중독인 걸-

“그래도 빗방울 위에 세 드는 일보다는 나을 거 에요

 키득키득

 고인 빗방울에서는 지구 밖 울음소리가 나거든요-

“쉿, 주인이 듣겠어

 담배를 줄일 수는 없어-

“이제 곧 광주리마다 산그늘 가득 담길 시간이에요

 더러는 푸른 잎사귀도 성령처럼 온다던데...-

담배로는 배부른 적이 없어-

"그거 알아요? 담배도 한때는 풀잎이었대요

 키득키득 -


바람이

소쿠리 같은 방을 툭 건드려요

맴맴 맴도는

산그늘이 내려요


                ㅡ  ㅡ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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