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 세 들어
무덤에 세 들어 살아요
호미로 벽을 일구면
연약한 한 잎,
소쿠리 같은 방이 휘청거려요
등을 펴보는 날은
달랑거리던 창이 열려 허공이 되고
어디선가 풀잎이 풀잎을 갉아대는 소리
별들이 번식하는 소리 바글거려요
“하지만 여보,
자꾸 풀이 시들어가요-
“담배 탓일까?
내 한쪽 어깨도 자꾸 시드는 걸-
“뿌리 쪽에서 달큼한 냄새도 나는 걸요
꽃도 피지 않았어요-
“역시 담배 때문이야
난 이미 중독인 걸-
“그래도 빗방울 위에 세 드는 일보다는 나을 거 에요
키득키득
고인 빗방울에서는 지구 밖 울음소리가 나거든요-
“쉿, 주인이 듣겠어
담배를 줄일 수는 없어-
“이제 곧 광주리마다 산그늘 가득 담길 시간이에요
더러는 푸른 잎사귀도 성령처럼 온다던데...-
“담배로는 배부른 적이 없어-
"그거 알아요? 담배도 한때는 풀잎이었대요
키득키득 -
바람이
소쿠리 같은 방을 툭 건드려요
맴맴 맴도는
산그늘이 내려요
ㅡ ㅡ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