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아, 나도 그런 적이 있지요
시계가 방금 몇 번인가 소리를 냈고
들고 있던 책을 놓고는 커피 물을 올렸지요
가만히 싱크대 앞에서 물 끓기를 기다리다
팔팔 터져 오는 주전자를 그냥 몇 분 정도 바라보았어요
가난한 찬장에는 믹서 커피 두 봉지가 있었고요
그것을 모두 주전자에 털어 넣었지요
그리고 찻잔에 가득 부었습니다
내가 읽던 책은 아직 그 자리에 있고요
나는 커피 잔을 가지고 창밖을 봅니다
그때 당신은 동그라미가 되었군요
나는 떨어지는 마른 잎이 되었지요
나는 당신을 모시고 간 데리다가 누구인지 모르고요
당신이 말하던 '진실' 대해 너무나 낯설어요
내가 바라보는 것은
마른 잎이 던진 잔잔한 파문이었지요
그것은 당신의 작은 동그라미와 같은 것이었을까요?
난, 여전히 창밖 마른 잎을 보았지요
달팽이 발자국이 있는 바람을 보았어요
그것이 오후 2시였고요
그때 시계 종소리가 두 번 울렸지요
나는 단지
사라진 고요가 알고 싶었어요
당신은 문을 열었어요
잠시 멈추기는 했지만 돌아보지 않았어요
그리고 알게 되었지요
영원히 모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커피는 너무 빨리 식어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