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안부를 묻습니다.
L
그제 퇴근길에 좁은 동네 길이 막혀 있었습니다.
집들이야 옹기종기 많은 동네이지만
빈집들이 많아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열댓 집 밖에는 안 되는 작은 마을입니다.
열흘 전에는 동네 입구, 감나무 있는 집에 혼자 사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더니
이번에는 저희 집 아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꽤나 험상궂게 생긴 까맣고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몹시 짖어 됐었는데
어느 날부터는 조용한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 개마저 할아버지 몸보신으로 받쳐졌다는데
할아버지는 끝내 유명을 달리하셨답니다.
주저주저하며 대문 옆에 서 있는 나를
부엌에서 일하시던 할머니 한 분이 얼른 알아보고
"동네 일이라고 찾아왔구먼" 하시며 급히 내 손을 끌어당기셨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 동네는 할머니 할아버지 몇 분이 세상을 뜨면
아마도 끝내 여기를 지킬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습니다.
내가 떠돌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어쩌면 저 많은 무덤과
빈 집들과 더불어 보내게 될 나의 노년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하면 참으로 쓸쓸한 일입니다
산다는 것은 모르는 일이지요.
이 산중 투명한 햇살 고요함 속에서도 늙음이 깊어가고
生과 死가 말없이 피고 지고 나조차 진 뒤에
끝내는 작은 산자락이 될 집에 산나리 무성하게 피어날까요.
아침에 몇 명의 사람들이 관을 메고 몇 명의 아낙들이 뒤를 이으며
그들의 밭으로 갔습니다.
곡소리가 멀어집니다.
할아버지는 성사마을로 가는 버스에 올라
몇 개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계실까요
나는 하늘 어디에 길이 있을까 보일 듯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봅니다.
L
사는 동안 행복하세요.
생각하니
사는 것은 죽은 것에 대한 해답이 아니었습니다.
죽음이 사는 것에 대한 비법도 아니었습니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랑한다는 것도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알게 됩니다.
나의 안부를 물으며 이유 없이 행복하기 바랍니다.
행복이란
그저 사는 동안, 동안의 다른 말이라 믿겠습니다.
마루를 닦으며
괜한 나의 안부를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