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매일 아침 구부러진 대문에 기대어 앉은
처첩 지간 할머니 두 분을 본다
한 분은 얼굴에 검버섯이 피고
한 분은 얼굴에 분을 바르셨다
낡은 상자 위에 나란히 앉아
동전지갑을 뒤집어 비듬 같은 세월을 털다가도
검버섯 할머니는 괜스레 팽 돌아서고
분 바른 할머니는 스웨터 끝자락만 만지작거린다
골목은 중천에도 힘을 잃어 늘어지고
대문턱은 헐거워진 자궁처럼,
여미워 지지 않는다
작은 할머니는 반걸음씩 졸고
돌아앉은 할머니는 멍한 낯빛으로
아른아른 걸어오는 빛을 본다
끝내 잡지 못할 시간
작은 할머니는 여전히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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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간 내가 살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소설을 써 보려고 한다.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추억한다는 것이 한편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삶이란 척박한 언덕과 같아서 무수한 잡풀과 들꽃이 피고 지고 계절이 넘어가는 곳이 아닌가.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돌아가야 할 한 뼘의 토지를 그곳에 두고자 하여 글을 쓰게 되었다.
나는 큰 도시에서 사업실패로 삶의 의미를 잃고, 모든 것을 내려놓기 위해 시골 마을 곡리로 오게 된다. <곡리>는 집성촌으로 20여 가구가 있는 마을이다. 나는 그곳에서 삶과 죽음을 초현실적으로 대면하게 된다. 동화처럼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주변 환경과 함께, 만나는 사람들은 저마다 독특한 사연과 성격을 지니고 있다. 처음엔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시골 생활의 불편함 때문에 예상치 못한 사건들에 휘말리게 된다. 하지만 기이한 사건과 함께 소박하고 소소한 웃음이 버무려지면서 나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브런치에 공개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아자! 시작하기 전에 기합만 수십 번 외치고 있는 여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