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렘은 유대민족의 신화에 나오는 인간의 창조물이라고 해요.
진흙을 물과 섞어 사람 모양으로 빚은 뒤
진리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EMETH'를 이마에 새기면 생명력을 얻는다고 해요.
그런데 골렘은 날마다 조금씩 더 강해진대요.
처음에는 인간에게 도움을 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주인조차 위협할 수 있다고 해요.
골렘은 지역마다 다른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어디서는 악마 같은 존재로, 어디서는 바보 같은 존재로 그려지기도 해요.
돌아보면 내 삶의 훼방꾼도 내가 만들어낸 골렘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엔 외로워서 내 안에 허상을 만들었어요.
다음엔 허상에 열망을 덧씌웠고,
열망은 욕망이 되어 제멋대로 자라났죠.
나의 골렘은 나를 구원하지 못했어요.
오히려 나를 용기 없게 만들거나 주눅 들게 했으며,
희망이 찾아와도 오히려 내쫓았죠.
밤마다 골렘은 나를 삼키고,
나는 우주의 먼지처럼 흩어지는 꿈을 꿔요.
그럼에도 나는 이 골렘을 지켜봐야 해요.
왜냐하면 이 골렘은 나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니까요.
내가 쌓아온 외로움, 내가 품었던 그리움,
그리고 내가 쫓던 욕망이 빚어낸 존재예요.
그 골렘은 나의 연약함이자 동시에 나의 강함이기도 해요.
때때로 나는 생각해요.
골렘이 나를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사실은 내가 스스로를 무너뜨리고 있는 건 아닐까?
골렘은 내가 피하고 싶었던 진실을 보여주는 거울일 뿐이라는 걸.
진정한 힘은 골렘을 물리치는 게 아니라,
나의 골렘을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나의 상처를 받아들이는 데 있지 않을까?
나는 이제 더 이상 골렘을 적으로 보지 않기로 했어요.
오히려 그 존재를 통해 내 마음속 어두운 구석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새로운 힘을 발견하기를 바라요.
나를 괴롭히던 그 허상이, 언젠가는 나를 치유할 도구로 변할지도 몰라요.
결국, 골렘은 나와 한 몸이니까요.
아침에 눈을 뜰 때,
어쩌면 골렘이 나에게서 한 발짝 물러서 있을지도 몰라요.
나를 묶어두던 두려움과 기대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일어서는 순간이 올지도 몰라요.
우주의 먼지에서 나로 돌아오는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골렘에게 휘둘리지 않을 거예요.
아침에 눈을 뜰 때,
마침내 진심으로 사랑하는 세상을 만나게 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