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잎사귀를 떨어뜨려 비움으로써 우리에게 하늘 한번 바라보라고
앙상한 가지의 부끄러움
차가운 바람에 두려움
차가운 공기 속 외로움
떨어진 잎사귀 그리움
빈 가지 사이로 반가움
밤새 밝힌 달에 고마움
날아가는 새에 즐거움
여백을 내어준 나무의 비움
겨울 아침, 앙상한 나무 가지는 부끄러움을 느껴졌다. 잎사귀가 떨어져 나가고, 그 모습이 초라하게만 보였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자, 나무는 두려움이 밀려왔고, 그 차가운 공기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은 더욱 깊어졌다.
떨어진 잎사귀를 바라보며 나무는 그리움을 느꼈다. 여름의 풍성했던 날들을 회상하게 했고, 그리움은 나무의 마음을 짓누르기만 했다. 그러나 빈 가지 사이로 하늘을 바라보자, 반가움이 찾아왔다.
밤새 밝힌 달이 나무를 비추며, 나무는 고마움을 느꼈다. 달빛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위안을 주었는지 모른다. 그 옆으로 날아가는 새들의 모습은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나무는 여백을 내어주는 자신의 비움을 깨달았다. 가지를 비워둠으로써,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겨울의 고요함 속에서도 나무는 변화와 희망을 품고 있었다.
가끔 우리 하늘 한번 보는 여유를 가져보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 정작 겨울에 하늘 보는 일이 더 적었을지 모른다. 어쩜 나무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지만 무성한 잎사귀를 떨어뜨려 비움으로써 우리에게 하늘 한번 바라보라고 얘기하는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덕분에 오늘 아침, 아침에 달도 보았고, 날아가는 새도 보았다.
비움
여백
그리고
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