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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봄 Jan 22. 2024

너의 삶을 기록해 봐 영원한 기억의 기록

블로그, 브런치, 일기장 어디든  기록하자.


하이호이호이호~~ 사랑하는 윰!


오늘은 기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

지구상에서 오직 인간만이 언어를 문자로 옮겨서 기록에 남기는 일을 하지. 선사시대에도 그림을 그려서 삶을 기록한 것을 보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기록을 하도록 만들어진 존재인 것 같아.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되지 않을 많은 일들을 인간은 너무나 소상히 기록에 남겨서 어쩌면 신이 주신 선물인 망각이라는 기능을 잘 써먹지도 못하고 평생을 기록의 늪에 빠져서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지만 기록하는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라 생각해 .


처음으로 했던 기록은 일기 쓰기 숙제였어. 일기를 숙제로 만들어버린 안타까운 과거이지.

그림일기 숙제는 참 귀찮은 일이었어.  일기 쓰는 것이 참 고역이었어. 일기를 써서 제출하면 선생님이 일기장 끝에다 뭐 조언이나 답을 달아주었어. 매일 일기장을 걷어서 교무실에 제출해야 했으니까 쓰기 싫은데도 꾸역꾸역 써야 했어. 학교 제출용 일기와 소장용 일기를 구분해서 쓰는 영민함이 없었던 나는 '어제는 선생님이 000을 엄청 야단쳤는데 진짜 무서웠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소리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뭐 이런 식의 글을 쓰기도 하고 '도대체 일기는 왜 검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검사를 하니까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없다.' 이렇게 써서 선생님께 불려 가서 정신교육을 왕창 받은 일도 있었어.


'너는 알만한 아이가 왜 이런 일기를 쓰는 거니? 일기를 쓰는 이유는 쓰는 습관을 기르고, 하루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포착해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것이니 반드시 매일 써야 한다. 선생님이 일기 검사를 하는 것은 너희들이 아직 어려서 올바르게 생각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지도해 주기 위해 검사하는 것이다.'


이런 정신교육을 30분 넘게 받고서는 일기 쓰기가 싫어졌어. 그때부터 일기장에 내 마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나열하는 식의 일기를 썼고, 검사라는 것이 없어진 이후로도 일기를 쓰기 싫어져서 한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지. 그래서 어릴 때 너에게도 일기를 강요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보고 생각하고 느끼는 기쁨을 숙제라는 틀 속에 가두고 싶지는 않았거든. 그래도 너는 규칙을 잘 따르는 것이 편안하다는 성격을 갖고 있어서 스스로 학교가 정해 준 룰에 잘 따라갔던 것 같아.


경험은 마음에 쌓이고, 기록은 생각에 쌓인다.

일생을 경험주의자로 살아온 나는 오감으로 느끼는 경험이 마음의 크기와 깊이를 결정한다 믿었지. 그래서 너에게도 많은 경험을 하게 해 주려고 애썼어. 그건 너도 공감할 거야. 그 경험은 마음에 남아 너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줄 거야. 


이제는 기록의 시간이 되었다 생각해. 기록은 결과보다 그 과정이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시간인 것 같이. 기록은 생각의 크기와 깊이를 더 크고 깊게 만들어 줄 거야.


기록이 없으면 역사도 없는 것이니 먼저 살다가신 많은 분들이 집요하게 기록을 해 오고 보존해 온 덕분에 우리에게는 역사가 생겼지. 덕분에 학생 때는 단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살아본 적도 없는 지구 반대편 국가의 과거의 역사를 다 공부해서 시험을 쳐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에 처해 있지만 말이지. 나는 세계사 과목을 진짜 좋아했었어. 중학교 때 처음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참 열심히 공부를 했었지. 그런데 그 어린 나이에 그걸 이해했을까? 그냥 외웠겠지? 그래서 지금은 거의 기억이 안 난다.


다른 나라의 역사까지 외우는데 정작 나 자신이나 가족의 삶은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이 희미해지는 어느 시점에 너무 후회스러울 것 같아서 기록을 하기 시작했어. 정조대왕이 어떤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고, 왜 사도세자는 쌀뒤주에 갇혀서 죽어야만 했는지, 노무현 대통령은 어떻게 서민들의 영웅이 되고 대통령이 되었는지 그런 것들을 역사책을 읽으면서 잘 알게 되고 또 그것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인 나 그리고 나의 가족들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고 무엇을 고민하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간들이 안타까웠어. 


요즘 텔레비전에서 연예인들의 일상을 공개하는 프로그램이 진짜 많잖아. 엿보기 심리를 이용하는 건데 그 속에 몰입되어서 자신이 꼭 그 자리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고 그러다 보면 내 삶보다는 그 연예인의 삶을 더 많이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어.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결심했어


인터넷이 발달하기 시작한 이후 기록은 훨씬 더 쉬워졌어.  실명을 사용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들도 많이 생기고 손글씨를 쓰지 않아도 되니 훨씬 더 쉽게 생각을 표현하게 되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면서 글을 만들어 갈 수 있으니 마음의 부담도 적어졌어.


너에게도 너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기록해 가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했고, 너는 블로그를 이용해서 너의 일상과 마음을 기록하게 되었지. 시작하기 어려웠지만 점점 그 과정에 익숙해지는 너를 보면서 내심 뿌듯했다. 누구에게 검사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기억하기 위해서 글을 적어가는 그 과정이 너를 편안하게 해 주었을 거라 생각해.


기록은 나의 현재와 미래를 이끌어주는 나침반이 된다.

때로 기록에 남기는 과정이 너무 가슴 아프고 슬프고 힘든 순간이 있어. 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를 하는 순간도 있지. 하지만 기록하지 않으면 그때의 내가 그리워질 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것은 타인의 기억밖에 없잖아. 살아가면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면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순간들을 지나치면서도 나 다움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유일한 길은 기록하는 것이라 생각해. 소소한 일상의 일은 일정표에 남기겠지만 기억의 서랍 속에 넣고 싶은 일들은 글로 기록하는 것이 나중에 꺼내어 볼 수 있으니까 훨씬 더 좋을 거아.


사람이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어제 했던 실수를 오늘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고,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을 스스로 깨우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라 했어. 나를 되돌아보고 생각을 키우고, 미래를 설계하기에 기록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돼. 사진으로 감정을 기록하는 것도 좋겠지만, 글로 생각을 기록하는 것은 몇 배나 더 힘들고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니 그 시간 동안 오롯이 내가 쓰는 글의 주제나 대상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니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니.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하는 삶을 살다 보면 기록하지 못하는 삶을 사는 것을 경계하게 될 것이고 적어도 기록 속의 나의 모습이 스스로 만족스러운 삶이 되도록 길을 찾으며 살아가게 될 거야 


나와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기록하자.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기억하는 나는 내가 아는 나와는 또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있어. 어쩌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보여주었던 것인지도 몰라. 하지만 내 안에 수많은 자아가 있으니 진짜 자아가 무엇이냐를 찾아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것 같아. 사람은 다채로운 존재이니 만나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다른 모습이 나타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야.


우리가 어떤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업적을 이루고 이름을 남기며 살아가지 못할지라도 개인과 가족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분명 단 하나뿐인 존재일 테니 그 단 하나의 존재를 위해 기록하며 기억하면 살아가자.


사랑하는 윰! 오늘도 붉은 해가 동쪽에서 떠올랐고 서쪽으로 사라질 거야. 그 영원불변의 진리 앞에 우리의 하루는 늘 변화무쌍하지. 그 변화 속에서 너 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중요한데 기록하는 것이 그 너 다움을 지켜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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