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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영 Jan 17. 2023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오빠 강만호>

이기호 지음, 문학동네펴냄, 2018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

이기호 지음, 문학동네 펴냄, 2018







한국소설에 대해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일종의 편견, 너무나 내면으로만 침잠하여 글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결국은 읽다가 중단하게 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애써서 찾아 읽기를 그만두었다는 말은 오늘로 그만하려고 한다. 그냥 그것은 선입견일 뿐이었던 것 같아서. 이기호의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장만호>를 읽고 나서 느낀 느낌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것일 듯. 각각의 단편들이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확실히 보장하면서도 전체가 하나의 주제를 잘 나타내고 있었고 책을 다 읽고 나면 우린 내가 알지 못하는 타인을 얼마나 수용하고 인정하며 나아가 환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니까. 집중력이 부족한 나도 정신없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을 만큼 재미가 있기도 했고.





작가의 실명이 그대로 등장하는 첫 소설인 <최미진은 어디로>부터 웃기고, 기발하며 재미있다. 자신의 책을 후지다며 무려 사인본이 있는 책을 중고사이트에 헐값에 내놓은 걸 우연히 알게 된 주인공은 판매자로 위장해 그를 직접 만나기로 마음먹는다. 용산 철거 참사 사건에서 크레인을 운전할 뻔한 기사를 찾아내 그를 몰래 인터뷰하려다가 걸린 이야기<나정만 씨의 살짝 아래로 굽은 붐>. 권순찬 씨의 사정을 알게 된 아파트 주민들이 어떻게든 이 사람을 도와주려고 애쓰지만 그는 별로 호의에 감사하지도 않고 받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권순찬 씨와 착한 사람들>. 그리고 별로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도 딱한 사정을 감안해 환대의 손을 내밀었던 이에게 야멸차게 거부당하는 <한정희와 나>. 갑자기 이슬람교에 빠져서 개종해 버린 여자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는 후배를 도와주려다가 영문도 모르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친절한 교회 오빠 강만호> 이 모두의 단편이 각각 이야기로서의 재미가 넘치는 것들이었다.





그런데 얼핏 보면 다 다른 이야기인 이 소설은 하나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타인의 호의와 환대를 받지만 거기에 걸맞은 행동으로 화답하지를 않는다. 손을 내밀어 준 사람들의 진심을 걷어차버리는 행동들을 한다는 것. 그걸 보면서 손을 내밀었던 사람들은 오히려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작가는 "절대적인 환대"라는 구절을 읽으면서 머리로는 잘 이해를 했을지 몰라도 그게 실제로 구현 가능한 개념인가에 대한 의문을 떨치기 어려웠나 보다.





"신원을 묻지 않고

보답을 요구하지 않고

복수를 생각하지 않는 환대라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

정말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않는 일이 가능한 일인가.

우리의 내면은 늘 불안과 절망과 갈등 같은 것들이 함께 모여있는 법인데

자기 자신조차 낯설게 다가올 때가 많은데

어떻게 그 상태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가 있는가.

나는 그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

(p.265~266)라고 말한다.





아울러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타인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조건 없는 호의를 베푼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 것 같다.

나도 이 생각에는 대체로 동의하는 편인데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서 온

사람들에게 내가 무조건적인 호의를 베푼다고 한들

그들이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온순하고, 바람직한 사람일 거란

보장은 없을 테니까.

감사하게 받으리란 생각이야말로

정말 바보 같은 것이지.

그게 타자를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행동을

옹호하는 논리가 되어서는 물론 안 될 것이고.

타인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오히려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때때로 나는 생각한다.

모욕을 당할까 봐 모욕을 먼저 느끼며

모욕을 되돌려 주는 삶에 대해서.

나는 그게 좀 부끄럽고 서글프다

(P.33)"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순간 폭발하고 말았다.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말들과,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아이에게 하고 있었다.

말을 하는 도중에도 나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너 정말 나쁜 아이구나, 어린 게 염치도 없이"

(p.270)"









"이렇게 춥고 뺨이 시린 밤.

누군가 나를 찾아온다면.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때 나는 그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그때도 나는 과연 그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 것인가.

그 생각을 하면

나는 좀처럼 글을 잘 쓸 수 없었다.

(p.271)"











#책

#누구에게나친절한교회오빠장만호

#이기호

#오래간만에소설읽는재미에푹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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