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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Dec 29. 2023

의지박약을 탓하는 자, 이 두 가지만 기억하자.

퇴사 6주 차: 정체성 개발과 환경 세팅

의지박약이라면, 환경부터 만들자
여행을 와서 아침 시간만큼 소중한 건 없다.


역행자 책을 완독 했다. 개인적으로 내 '자의식'을 해체하는 데 굉장히 많이 도움을 준 책이다. 나라는 사람이 작은 성취로 쌓아 올린 자신감이라는 성벽은 나름 무너졌지만, 생각보다 완벽주의적인 성향 때문에 실행력 엔진이 붙지 않는다. 이 또한 유전자 오작동인데 말이다.


자청이 정의하는 유전자 오작동을 나는 '안정성을 띄려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향'이라고 이해했다. 우리 뇌는 나를 보호하고 선사시대에 인간이 생존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에너지를 쓰는 방향으로 진화했다고 자청은 주장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내게 익숙한 것만 하다 보면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컴포트 존에만 머물게 되고, 도전조차 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성장하지 못한다. 완벽주의도 이와 관련된 뇌의 자기 방어기제가 아닐까. 1을 만들지 못하면 2를 만들지 못하고, 2를 만들지 못하면 10을 만들지 못한다. 따라서 지금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 아니 0부터 그냥 시작해야 한다.


2016년 스웨덴 유학을 가면서 시작한 브런치도 그랬다. 카카오브런치 스토리가 탄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스웨덴이라는 새로운 나라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을 까먹지 않기 위해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네이버 블로그를 쓸까 카카오 브런치를 쓸까 고민하다가, 브런치의 깨끗한 UI가 마음에 들었고, 새로운 것을 경험해 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내 성향 때문에 카카오 브런치를 선택했다. 글이라는 것을 온라인이라는 공개적인 공간에 써본 적도,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운 적도 없지만 머릿속에 글감과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써 내려갔다. 하루에 1개 많을 때는 2개까지. 그때는 완벽주의라는 단어조차 내 머릿속에 없었고, 글을 어떻게 써야 잘 쓰는 글인지, 어떤 글을 써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내 글이 가치가 있긴 한 건지 잡다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새로 배운 게 즐겁고, 나에게 도움을 주었고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적은 게 다였다. 그런데 무언가를 열망해 그와 관련된 지식을 배우고 공부할수록 실행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이 또한 내가 극복해야 할 산이겠지만.


뇌과학자 정재승은  그의 저서 '열두 발자국'에서 우리 뇌는 '러닝 바이 두잉(하면서 배운다)'으로 설계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 또한 엄연히 몇 번을 곱씹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내가 무언가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은 '유전자의 오작동'조차 인간이 스스로 극복할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자청은 자신의 자유의지를 절대 믿지 않는다고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청은 '환경 세팅'을 강조하는데, '환경 세팅'이 되면 '그냥 하는 힘'이 생긴다. 그는 유튜브를 시작하기에 앞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미 레드오션인데 시작하면 너무 늦지 않을까?' 여러 고민이 들 무렵, 자신의 자의식이 또다시 날뛰고 있고, 유전자가 오작동하고 있다 인지하고 매주 일요일 2시간을 유튜브 기획과 촬영을 위한 시간으로 세팅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냥 무조건 그 시간엔 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내가 인생에서 작은 성취들을 이룩한 것도,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었기 때문이었다. 가고 싶은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꼭 1등을 하고 싶었던 공모전, 교환학생, 스웨덴 유학 등 하고 싶은 것을 해내야만 하는 환경이 있었다. 그 공통점은 모두 '마감 기한'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퇴사 후 혼자 업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힘든 것은 바로 분명한 마감 기한이 없다는 점이다. 끝내야 할 기한이 없다 보니 자꾸 더 준비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미루게 되고, 이 때문에 '자기 방어 기제'나 '유전자 오작동'에 더 취약한 것 같다.


 


주도적인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이것

2023.12.20 영국행, 정체성 만들기의 시작

연말을 앞두고 내 정체성을 세웠다. 역행자 모델의 2단계에 해당하는 '정체성 만들기'는 자청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 중 하나다. 인간의 새로운 정체성 개발은 생존이 위협받을 만큼의 삶의 변화가 찾아오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조금 더 쉽게 한다고 한다. 저자는 그 사례로 직장 상사의 해고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본 '너나위', 밤무대를 전전하며 투자 성공을 꿈꾼 행크에듀 대표 송사무장 등을 언급한다. 누구나 각자의 모습대로 각자의 고통과 꿈을 안고 살아가고 있기에 '정체성 개발'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퇴사한 지 1달 하고 2주가 지나는 지금, 당장 내 생존이 위협을 받지는 않지만, 이제는 스스로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된다. 세 번째 퇴사, 불안에 이겨 다시 아무 회사로 들어가면 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나 자신에게 엄청난 실망을 할 것 같다. 어쩌면 이 생존의 위협은 경제적 생존 위협뿐만 아니라, 주도적인 삶에 대한 위협이다.


'자유를 위해 일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이 자유는 경제적 자유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콘텐츠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나라와 문화를 통해 삶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면 좋겠다.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이든, 여행을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환경에 있는 사람이든 내가 만드는 콘텐츠가 각자의 세상을 조금은 더 넓히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리고 남에게 도움이 되고 가치를 줄 수 있는 콘텐츠라면, 당연히 그 가치에 상응하는 벌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지금 브런치에 공표하는 이 정체성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회사 밖에서 진짜 '내 정체성과 업을 찾은 이야기'를 완료 시제로 연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여러분은 내년 어떤 내 모습을 꿈꾸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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