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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Mar 14. 2024

현대판 맹모삼천지교, 젬도삼천지교!

결혼 후 부부가 함께 만드는 미래란

젬도삼천지교?


맹자의 어머니는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를 했다고 한다. 바로 '맹모삼천지교'. 처음에 맹자네는 공동묘지 근처에 살았는데, 맹자가 매일 장사 지내는 모습을 흉내 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고 맹자 어머니는 다른 곳으로 이사했다. 다음으로 이사한 곳은 시장이었는데,  맹자가 매일 물건을 파는 모습을 흉내 내는 것을 보고 맹자의 어머니는 서당 근처로 이사했다. 말해 뭐 할까. 맹자는 매일 공부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자식의 교육 환경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한 맹자의 어머니! 환경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일화가 아닐까?


나에겐 맹자 같은 아들은 없지만, 맹자 못지않게 무엇이든 열심히 배우는 남편이 있다. 시부모님은 남편이 어릴 적 아들 셋의 교육을 위해 소위 우리나라와 같이 학군이 좋은 영국의 한 타운으로 이사를 하셨다. 이때부터 우리 가문의 전통이 시작된 것일까? 남편은 영국에서 대학 졸업 후 북한과 가깝다는 이유와 한반도 역사에 대해 배워야겠다는 목적 하나로 한국으로 이사했다. 그리고 신혼 6개월 차에 우리는 2월 말 남편의 중국어 공부를 위해 대만으로 이사했다.

아름다운 국립대만대의 교정

남편이 중국어를 공부하러 대만에 가고 싶다했을 때, 나의 대답은 of course(물론이지!)였다. 남편과 나는 자칭타칭 '젬도('제임스+도희'의 줄임말)라고 부르는데, 이 정도면 맹모삼천지교에 뒤지지 않는 젬도삼천지교가 아닌가. 그 뒤에는 남편의 배움에 대한 열정과 가장 중요한(ㅎㅎ) 내조하는 아내의 인내심과 희생이 있다고 자부한다. 남편이 원하는 것을 위해 어디든 따라가리라. 가만, 희생 정신이 투철한 건가? 난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흔한 대만 식당 메뉴판..

영국인 남편을 따라 어쩌다 대만에 살게 된 나. 사실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해 해외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꽤나 낭만적이고 신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일을 그만두고 타지에서 삶을 꾸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줄어드는 통장 잔고에 마음이 쉽게 불안해지기도 하고, 연고도 없이 언어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일상의 사소한 모든 것이 문제로 다가온다. 식료품은 어디서 어떤 걸 사야 하는지, 대중교통을 잘못 타기도 하고, 식당에서 주문을 하기 위해 메뉴판을 해석하는 데만 10분이 걸리는 등 사소한 모든 순간에 좌절을 맛본다. 하지만 남편과 나는 아이를 갖기 전 우리 둘의 인생에서 가장 자유롭고, 진심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하는 시간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커리어 우선순위는 남편의 것이었다. 나는 내 것을 포기하거나 양보할 줄 모르는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남의 편이 아닌 남편이 보여준 가능성
이 두 손 놓치면.....아니 되오. 맹세한 날

결혼 후 내 삶에서 가장 달라진 것이 있다면, 온전히 자기중심적으로 삶을 계획하던 것에서 '우리'를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삶을 만들어 나가는 일에는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이기적인 한 개인이 '우리'라는 공동체를 위해 포기와 양보의 아름다움을 실천하고, 서로에 대한 격려와 믿음을 나누게 되니까. 남편과 나는 각자의 커리어 개발과 더불어 삶의 터전을 모색하는데 앞서 남편의 커리어를 우선시하기로 했다.


세상이 어느 땐데 여자가 가정을 위해 희생할 필요가 없다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일방적인 희생과 포기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다. 나는 27살에 대학원 진학했고, 서른한 살에 취업해 남들보다 많이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쉽게도 여러 이유로 세 번의 퇴사를 경험했기에 차곡차곡 쌓은 경력도 부족하다. 더욱이 아직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남편만큼 뚜렷하게 찾지 못했고, 여전히 찾는 중이다. 반면 남편은 나보다 하고 싶은 게 정말 분명하다. 대다수의 사람이 크게 관심 없고 돈도 안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역사 및 국제 정세 분야에서 학자로서 성장하고 싶어 한다. 둘 다 석사생으로 가방 끈이 다른 가정보다 한참 긴데, 더 길어질 예정이지만... 그는 매일 아침 일어나 관련 분야 팟캐스트를 듣고, 손에서 책을 떼지 않으며 항상 무언가를 배운다. 우리 둘 중 그 누구도 뚜렷한 계획도 직업도 아직은 없지만 나는 남편이 보여준 가능성에 투자하고 싶었다. 그가 평소에 보여주는 열정과 꾸준함이 훗날 꼭 그가 원하는 성취의 씨앗이 되어 열매를 맺으리라 생각한다.


어릴 적 평생 모르던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하는 모습을 상상했을 때아름답고 행복한 결혼식만을 그렸던 것 같다. 순백의 웨딩드레스와 반짝반짝 빛나는 반지,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하루.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야 결혼이란 두 사람이 하나의 핸들을 가지고 각자가 원하는 목표 지점과 둘로서 함께 닿고자 하는 목표 지점이 교차하는 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임을 배우고 있다.


의지할 사람이 생겼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늘 존재하고, 누군가는 익숙하거나 원하는 것을 포기할 줄 하는 용기도 필요하며, 서로 다른 생각을 열린 마음으로 나누고, 불확실함 속에서도 한 팀으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다른 각자의 성격과 성향 때문에 부딪히고 갈등이 생기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일테다. 때문에 먼저 손을 내밀어 화해할 수 있는 쿨함과 상대를 용서하는 자비로움도 필요하다. 이것이 어쩌다 만난 두 남녀가 한번뿐인 삶을 어쩌다 흘려보내지 않는 방법이라 나는 믿는다.


어쩌다 남편 따라온 대만에서의 1주일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어쩌다 남편을 따라왔지만, 이 시간이 어쩌다 보니 지나간 시간이 되지 않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브런치에서 읽고 싶은 대만 이야기나 궁금한 그 모든 것을 댓글에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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