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주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 집을 꼽을 것이다. 집이야 말로 하고 안전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두 발 뻗고 아무 걱정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하루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희망차게 다음 날을 시작할 수 있다. 대만에서 집 구하기는 두 발을 쭉 뻗을 새도 없이 텅텅 비어갈 내 텅장을 먼저 걱정하게 해줬지만...
대만으로의 이주를 결정하자마자 가장 걱정이 된 것은 무엇보다도 집이었다. 보증금과 월세 등 큰 돈이 들어가는 데다 그나라의 법이나 제도와 문화를 모르면 어려우니까. 무주택자인 내가 한국에서 매 번 집을 구하는 것도 발품을 팔고 또 팔아야 하는 일인데... 대만에 살지도 않는 데다 중국어도 못하는 우리에게 떨어진 집 구하기 미션! 출국을 한 달 여 앞두고 대만 현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중개 사이트를 샅샅이 뒤졌지만 한국과 달리 대만은 지금 공실인 집들이 매물로 나오며, 임차 수요가 많아서 1주일 내외로 계약이 가능한 집만 보는게 낫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때문에 출국 한 달 전부터 집을 보는 건 의미가 없다고. 집을 빨리 찾아야 하지만, 집을 찾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할 수 없는 현실이라니!
100만원 짜리 대만 집(방1, 작은 거실 1, 화장실 1)
더군다나 네이버 카페에서 화교 출신의 현지 부동산 중개인을 만났는데, 그 중개인은 대만에서는 최소 계약은 1년이며 의사 소통이나 여러 안전상의 문제로 우리처럼 6개월 단기 렌트를 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은 집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알려주셨다. 우리... 과연 집을 구할 수 있을까? 그렇게 수많은 걱정을 안고 남편은 6개월 간 우리 거처를 찾기 위해 대만으로 먼저 출국했다. 학기 시작까지 4일만 남았다.
중국어 언어 장벽에 막힌 우리는 현지에 있는 한인 부동산 도움을 받기로 했다. 언어, 현지 생활 적응 및 추후 관리를 도와준다는 이유로 현지 부동산 수수료보다 2배는 더 비쌌지만(월세 1개월 치)... 인간이 굴지에 몰리는 경우엔 돈을 주고 해결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게 된다. 비어가는 텅장에 눈물을 머금고 허리띠를 졸라맬 뿐이다. 더군다나 서울보다 훨~씬 비싼 타이베이 월세에 깜짝 놀라며 정신도 부여 잡아야 했다.
우리가 정한 예산은 대만 돈 26000원(한화 약 105만원). 여행가서 경험했던 대만은 분명 한국보다 물가가 싸다고 생각했는데... 주거 예산을 더 줄이고 싶었지만, 한화 100만원 이상을 써야만 한국의 깨끗한 원룸 기준 정도의 주거지를 찾을 수 있었다. 많은 외국인 학생들은 4~5명의 사람들과 주방과 화장실을 공유하고 방 하나만 빌리는데, 이 비용이 최소 한화 50~60만원 정도였으니 타이베이가 결코 생활비가 저렴하다 생각하시면 오산이다!
6개월 간 우리의 작고 귀여운 보금자리
타이베이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은 두 명의 중개인과 함께 총 6군데의 아파트를 보러 갔다. 적지 않은 돈을 들이는 만큼, 대만 기준 꽤나 깨끗하고 잘 정비된 아파트를 소개 받았다. 남편과 나는 실시간 카카오톡으로 영상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랜선 아파트 투어를 했다. 그리고 4번 째로 방문한 아파트를 그 자리에서 계약하기로 결정했다. 책상, 침대, 소파와 작은 주방이 있는 원룸.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지하철 역과 달리기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강변과도 가깝고, 무엇보다 주상복합아파트처럼 편의 시설이 잘 구비된 곳이었다.
우리가 만난 중개인은 많은 대만 사람들은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오래됐지만 조금 더 넓은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렇게 편의 시설이 밀집해 있고 가구 수가 많은 아파트는 평수 대비 가성비가 떨어진다 생각한다고. 하지만 한국 분들은 이런 아파트를 좋아한다는 정보도 귀띰해주었는데, 정말 우리 마음에 쏙 들었다! 더군다나 외국에 살면 안전이 제일 걱정되는데, 두 번의 보안문을 통과해야만 올라올 수 있는 고층 아파트에 단지 내 체육 시설도 갖춰진 곳이었다.
우리의 귀여운 화장실. 뷰는 끝내준다.
그렇게 운명같이 만난 우리의 대만 러브 하우스. 별도의 현관도 없고 신발을 벗자마자 생활공간으로 이어지는 소박한 곳이지만, 깨끗하고 안전하고 무엇보다 편리한 주거 공간을 구했다는 것만으로 남편과 나는 큰 승리를 쟁취한 것 같았다. 낯선 나라에서 별도의 개별 공간도 없는 원룸에서 우리 둘, 잘 살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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