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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컬쳐커넥터 김도희 Apr 01. 2024

더 팍팍한 삶에서, 더 행복한 사람들

대만 사람들의 행복의 비결?

대만에 사는 것은 우리나라에 사는 것과 꽤나 비슷할 거라 생각했다. 대만에 오기 전까지는.

하지만 대만에 온 지 3주가 조금 넘은 지금, 대만 사회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보다 다른 점이 많다는 걸 많이 느낀다. 대만에 오자마자 가장 궁금하면서도 놀랐던 점은 '도대체 대만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 걸까?'였다.  현지 평균 임금 대비 정말 높은 집세와 생각보다 싸지 않은 물가에 생각보다 대만 사람들의 삶도 팍팍하겠구나 어림짐작하다, 대만 사람들의 행복 지수가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에 새삼 또 놀랐다. 대만의 행복 지수는 전 세계 31위, 일본 51위, 한국은 52위다.


"대만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나요? 평균 임금이 월평균 150만 원 정도 된다고 알고 있는데, 타이베이 집세는 서울보다 더 비싸고, 물가는 로컬 식당에서 사 먹는 것 빼곤 한국보다 대부분 비싼 것 같아요. 특히 공산품이... 근데 사람들은 또 한국보다 덜 경쟁적이고 더 밝은 것 같아요."

오래된 주택가와 아파트

오랫동안 이곳에 사신 교민 분들 말씀에 의하면, 대만 사람들의 평균 임금은 우리보다 훨씬 낮지만 타이베이에는 서울보다 부자가 훨씬 많다. 부의 배분이 얼마나 평등한지 나타나는 지니 계수를 봐도 대만이 우리나라보다 불평등이 심하다. 하지만 대만 사람들은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고, 각자가 처한 환경 속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으며, 상대적 박탈감을 심하게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만큼, 없는 자는 없는 대로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행복을 만든다. 아시아 유교 문화권이라 눈치나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우리나라와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꽤나 개인주의적이다!


난 명품에 눈이 밝은 사람은 아니지만, 서울에 살 때보다 대만 길거리에서 포르셰, BMW, 벤츠 등 고급 외제차를 훨씬 많이 보곤 놀랐다. 그리고 대부분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분들은 샤넬백, 루이비통이나 구찌 등 명품을 아무것도 아닌 듯이 휘감고 다닌다. 대만은 섬나라인 데다 공식적으로는 국가가 아니기에, 외국에서 수입해 오는 물건들에 세금이 많이 붙, 자동차를 소유하려면 주차장도 사야 하기 때문에 관리비가 만만치 않게 든다. 때문에 차를 가지고 있는 지의 여부가 대만에서는 어느 정도 부유함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대만산 위스키인 카발란을 파는 바에 가면, 대만에 정말 부유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이와 달리, 대부분의 대만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고, 주방이 없는 집에서 살고 저렴한 로컬 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한다. 물론, 10년 넘게 이어지는 저임금 구조에 젊은이들은 우리나라처럼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고, YOLO(You Live Only Once)족처럼 돈을 펑펑 쓰기도 한단다. 한 젊은 교민 분은 '대만 친구들이랑 놀려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천지차이나는 대만 사람들의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니!


로컬 기준, 2인 한 끼 만원 ~만 2천 원이면 배부르게 먹는다.

삶은 어디든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는 행복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대만 사람들의 행복의 비결이 남들과 크게 비교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 안에서 내 멋대로 살아가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같은 동아시아 국가지만 꽤나 개인주의적이고 눈치 보지 않는 대만 사회!  변화에 민감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는 성향 때문에 대만에서는 대만 사람들이 사회 변화나 불합리에 대한 저항에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각자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그 안에서 각자의 모습대로 삶을 즐기는 대만 사람들의 삶의 태도는, 너무 뻔한 말이지만 삶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우쳐준다. 더불어, 미래의 삶을 위해 지금을 희생하는 우리들에게 '현재'에 두 발을 딛고 존재해 보면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데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매일 노력하고 정진하는 우리 한국인의 에너지엔 힘이 있다. 이 힘이 우리나라가 한국 전쟁 후 아무것도 없이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이제는 전 세계 제10위 규모의 경제 대국이자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하게 된 힘일 것이다. 우리는 물질적으로 훨씬 더 풍요로운 사회에서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삶의 만족과 행복은 조금씩 더 멀어지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매일 우리가 쏟아내고 있는 에너지와 노력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깨닫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늘 나와 타인을 비교하며 상향 평준화된 사회적 욕망을 좇고 있는 것은 아닐까? 늘 가진 것에 불만족하게 되고,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 우리 욕망의 대부분이 물질적인 소유로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대만에서 나는 내 욕망이 향하고 있는 지점을 다시 본다.



종교에 진심인 대만 사람들

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도교 사원

활기 넘치는 대만 아침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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