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나한테 배워보겠나?

by 박대노

언젠가 검도를 전공으로 하는 체육고 학생들이 시합 준비로 훈련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들의 기합소리는 도장을 꽝꽝 울릴 정도로 우렁차고, 기합이 클수록 좀 더 공격이 위협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기합만으로도 상대의 기세를 누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막상 나는 크고 우렁차기는커녕 소리를 내지 않을 때도 많았다. 나는 원래 힘들수록 입을 열지 않는 사람이라 준비운동만으로 이미 지쳐있으니 입이 열리지 않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큰 소리를 내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


대부분 성인보다는 학생들이,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소리 내는 걸 어려워한다며 관장님께서는 우리가 부끄러워할까 봐 본인이 더 큰 목소리로 기합을 넣고 있으니 기합 소리에 좀 더 신경을 쓰라고 말씀하셨다. 큰 기합 소리는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기도 하지만, 복부로부터 기합 소리를 끌어냄으로써 온 마음을 칼끝에만 집중하는 동시에 몸의 다른 부위에는 힘을 빼주기 때문에 기합을 할 때 오히려 힘이 덜 든다고 하셨다.



오늘은 공간치기를 하면서 호흡 연습을 하였다. 약 이십 미터쯤 되는 거리를, "머리!" 기합 소리를 끊지 않고 끝까지 발성하면서 빠르게 밀어걷기로 가는 것이다. 발성은 목이 아닌 복부로부터 나와야 하는데, 국악을 배우고 있는 딸과 플루트에서 비브라토(소리에 떨림을 주어서 그 소리를 풍부하고 화려하게 만드는 기교)를 위해 복식호흡 연습을 한 나는 무난하게 긴 소리를 내는데, 역시 노래 못하는 남편이 문제다. 이십 미터를 끝까지 발성하지도 못하면서, 몇 번 왔다 갔다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쉰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딸과 내가 남편의 발성을 놀리자, 남편은 복식 호흡이 어렵다고 한다. 복식 호흡 방법부터 설명해준다.

"하품하거나 한숨 쉴 때 어떻게 해? 턱을 들고 크게 벌려서 '하' 내쉬어봐. 내쉬어지면서 배에 힘이 들어가지? 그 자세 그대로 입을 다물지 말고 숨을 들이마시면 어때? 목구멍에 화~한 느낌이 오지? 시원한 느낌! 그게 복식 호흡이야! 그 상태로 배에 힘을 주고 머리~~~~~를 길게 소리 내봐."

한 번에 되겠느냐마는 그래도 남편은 열심히다.

"바른 자세로! 고개 들고! 하품하듯이 들이마시는 연습을 해! 남편 키보다 높은 곳에 있는 과자 따먹는 것처럼, 윗 공기 마시는 기분으로!"


집으로 오는 내내 누가 가장 오랫동안 소리를 내는지 내기를 했다. 1등은 단연 나다.

"대노야, 아무래도 네가 배통이 제일 커서 소리를 오래 잘 내는 것 같아. 아무래도 난 어려울 것 같아."

나를 놀리는 남편에게 눈을 크게 뜨고 호응해준다.

"그래서 그런가? 나 물속에서 1분도 넘게 숨 참을 수 있는데, 배가 더 커지면 더 오래 참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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