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스파이더맨의 복장을 한 아이가 골목에서 여기저기 거미줄을 쏘며 친구들과 놀고 있다. 보통 이때쯤이면 예상이 되는 장면은 엄마가 집 밖에 나와 아이에게 "어서 들어와! 밥 먹어!"라고 하는 직선형의 명령어나 "배고프지 않니? 밥 먹자"라고 하는 곡선형의 청유형으로 아이가 집에 들어오게끔 유도를 한다. 그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던 이들에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스파이더맨의 어머니로 보이는 40대의 여성은 "스파이더맨~ 그렇게 무턱대고 거미줄을 쏘면 선량한 시민이 다칠지도 몰라. 조심해서 거미줄을 쏘고, 임무 완성하고 들어오도록!" 이렇게 얘기한다.
'언어의 온도'로 유명한 이기주 작가가 '말의 품격'이라는 책에서 '역지사지'의 뜻을 설명하는 데 사용한 스토리텔링이다.
흔히들 스토리텔링이라고 하면 남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한 어떤 큰 사건이나 대단한 일을 경험한 것으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은 그렇게 대단한 소재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꼭 어렸을 때부터 정말 찢어지게 가난했던 사람이 자수성가하여 큰 성공을 이룬 얘기가 아니라도 될 것이며, 죽음에 이르는 극한 상황에서 그 시련을 극복한 사람만이 남들 앞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닐것이다. '스파이더맨'의 이야기처럼, 우리들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이야기로 잘 풀어낸 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은 기업의 제품 홍보에도 적지 않게 사용이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럽의 비싼 생수'에비앙'. 프랑스의 한 귀족이 어떠한 병에 걸려서 요양을 위해 살게 된 프랑스의 작은 마을 '에비앙'. 놀랍게도 그 귀족은 에비앙이라는 마을에서 병이 호전되는 경험을 갖게 되는데, 나중에 조사를 해 보니, 그곳에서 나오는 물에 미네랄과 같은 좋은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이후로 에비앙=약수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
미국의 '지포 zippo'라이터는 어떠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까? 2차 세계대전이 한참인 시절, 미국의 한 병사가 전쟁에서 총알을 맞고 멀쩡히 살아나는 일이 발생한다. 그 병사의 호주머니 속 지포 라이터에 날아오던 총알이 박혀, 구사일생을 생명을 건진 이야기 이후로 'zippo라이터=수호신'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한때 미국의 모든 군인들이 이 라이터를 소지하고 다닐 정도로 대유행을 맞게 된다.
이렇듯 스토리텔링은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어떠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을 시작으로 사건과, 사건 이후의 행동 그리고 느낀 점으로 구성이 된다. (아래 구성요소는 스토리텔링 실습글에서 다시 확인해보자)
** [스토리텔링의 4가지 구조] 배경 - 사건(위기) - 행동(극복) - 느낀 점(변화)
비단, 이런 스토리텔링이 상품 홍보에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라포(rappo) 형성을 위한 오프닝멘트를 하거나, 프레젠테이션 중에도 주제 설명에 도움을 위해서도 스토리텔링은 좋은 수단이다. 스티브 잡스가 맥북에어를 서류봉투 안에서 꺼냈을 때, 우리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서류봉투의 의미를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제품의 두께와 가벼움을 숫자로(스펙)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 얼마나 확실한 주제 전달이며 프레젠테이션 기술인가. 더 이상 더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껌 한 통의 이미지를 주어 아이팟 셔플의 크기를 보여주고, 아이팟 in the pocket이라는 슬로건도 함께 꺼내 주는 PT 장면 또한 소름이 돋을 정도의 임팩트 있는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자신감과 열정, 노력의 PT "스티브 잡스" 의 특징 3가지. 1. 발표자가 주도권을 갖는다. _PT의 완벽한 리드 2. 청중에게 경험을 안겨준다. _ 아이팟(청바지 주머니에서 꺼냄) 아이폰(구글맵기능으로 커피주문) 1.93cm두께 노트북을 서류봉투에서 꺼냄) 3. 지독하게 연습한다. _몇 개월에 걸친 반복적 연습
스티브 잡스의 세세한 프레젠테이션 기술들, 가령 좋은 이미지 하나가 백 마디의 글보다 낫다는 가르침이나, 그의 화법, 몸짓, 손짓 그리고 엄청난 연습량 등은 더 이상 강조하지 않아도 충분할 듯하다. 분명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은 충분히 인상적이며 교본으로 삼아도 될듯한 본보기가 많다. 앞으로 하나씩 천천히 다뤄보겠지만,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의 가장 큰 임팩트는 스토리텔링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우리도 주변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와 연관 지어 스토리를 만드는 연습을 해보자. 좋은 연습의 사례를 다음에 함께 해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