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어떤 프로젝트를 완수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예측할 때 비현실적인 최적의 상황을 가정하는 경향이라는 뜻인데, 우리 모두는 이 계획오류를 태어나면서 해왔을지도 모른다. 학교라는 곳에서 주어진 숙제를 미뤄뒀을 때 우리는 늘 나중에 금방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시험을 앞두고는 여지없이 나중에 시간 많은데 뭘~이라고 하면서 당구장이나 노래방에서 시간을 충분히 보냈다.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할 때도 이 계획오류는 어김없이 우리에게 찾아온다. 대략적인 핵심이나 주제만 생각을 해놓고는 항상 나중으로 미뤄둔다. 물론, 더 바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우린 늘 달리고 바빠왔으니까.. 짧게는 20년 길게는 40년 이상 이 오류를 범해왔으니, 하루 만에 바꾸자고 얘기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담배를 20년 넘게 피워오며 단 한 번도 금연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 하루아침에 금연하라고 하면 그게 가능키나 한 일인가?
계획오류를 피할 수 없다면, 프로젝트를 받고 처음 준비를 시작할 때쯤 생각만 하여 머릿속에 넣어놓은 핵심이나 주제만을 가지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아침에 눈을 떠 양치질을 하면서 정면의 거울을 보면서 내 모습에 대한 자신감을 갖는 거부터 시작이다. 설령 그것이 '자뻑'이라도 좋다. 오전에 자만심(자신감) 가득한 내 모습을 간직해야, 그 시간 이후부터 내가 머릿속에서 그리는 상상의 장소에 선 내 모습을 근사하게 그려낼 수 있다. 또한 출근길의 지하철이나 버스는 이미지트레이닝의 최적의 장소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에만 집중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뭔가를 상상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타이밍에 다시 한번 프레젠테이션을 떠올리고, 오전에 양치할 때의 내 근사한 모습을 주입시키면 된다. 사람들 앞에서 멋진 모습으로 내가 생각한 핵심과 주제의 단어를 얘기하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최대한 멋지게..
오전에 자동차로 직접 운전을 하여 출근을 하게 된다면, 이미지 트레이닝의 방법은 좀 달라진다. 차량 운전 시에는 이미지트레이닝을 뇌로 하기보다는 입으로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손은 핸들에, 시선은 정면을 주시하면서 두서없어도 좋으니 계속 떠드는 것이다. 핵심과 주제 단어를 확장시켜 문장을 만들어 얘기를 해보기도 하고, 프레젠테이션을 반말로 해보기도 하고, 때로는 청중이 되어 내가 막 뱉은 말에 질문도 해보는 것이다. 차량 안에는 나 혼자밖에 없고 밖으로 들리지도 않는데 못할 말이 어디 있겠는가! 참고로 나는 반말로 프레젠테이션을 해보는 걸 좋아한다. 뭔가 묘한 쾌감이 있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뇌로 하든 입으로 하든, 중요한 것은 최대한 다양한 상황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든 최적의 상황이든, 상황의 횟수를 무조건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신이 프레젠테이션의 경험이 별로 없다면 최적의 상황을, 반대의 경우라면 최악의 상황을 그려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적과 최악의 상황은 당신이 속해있는 집단이나 프레젠테이션의 성격에 따라 많이 다르게 나눠지니 일반화하여 얘기를 꺼내는 것이 어렵지만, 나의 경우는 프레젠테이션 중에 client가 장모상을 맞이하는 바람에 프레젠테이션을 중간에 끊어야 했던 경험이 있어, 그보다 더 최악의 상황을 종종 그려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프레젠테이션 중 client회사에 중대한 사고가 발생한다거나 하는.. 그런 최악의 상황을 그려보면서 나름대로 프레젠테이션 초반이나 중반에서 빨리 마무리를 해야 할 경우,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려보는 편이다.
최적의 상황은 어떨까? 신이 나에게 축복을 내려주어, 내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에 청중의 긍정적인 반응들이 넘치거나, 가벼운 농담 한마디에 의외로 '빵'터져서 회의실 분위기가 너무 밝아지는 그런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상상들.. 자칫 프레젠테이터도 업되기 쉬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중심을 잡고 끝내야 하는지 그려봐야 한다. 분위기를 억지로 다운시킬 필요는 없지만, 너무 들뜨게 되면 핵심을 얘기하는 부분에서 자칫 가벼운 느낌을 줄 수 있으니, 말의 속도를 좀 늦추고 문장과 단어들 사이에서 한 템포 쉬고 강조하듯 말하는 방법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