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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리 Jan 11. 2024

그 많은 슬픔은 어디에  숨은걸까!

-눈물샘-

오전 강의를 마치고 안산 지하도로를 지나

초지역 을 지나고 있었다. 그 지점을  스치

는데 한 가득 눈물이 차오른다.


병원 근처  고잔을 통해 어머니가

처음 대중 교통으로 아들을 만나러 오셨던 기억, 지하도에서 만나 함께 걸었던 부근이다.


이제는 감정의 결이 좀 정돈되고 담담한

마음으로 추억하는가 싶다가도 특정 지역이나 장소를 스칠때면 자동으로 눈물이 난다.


입원일 수, 백 이십일을 두 번 가까이 채웠다.

주기적으로 보험사에 보냈던 입원 일수의

수치가 또렷하다.


그 많은 날 머물렀던 대학병원을 지나 칠 때,

마지막 입원인 줄도 모르고 코로나 검사를 하러

갔던 상록보건소 앞을 지날 때,


그의 육신이 마지막 머물렀던 장례식장을

지날 때면  특히 밀고 올라오는 눈물을 어찌할 수

가 없다. 특정 장소뿐만이 아닌 특정 상황이 될

때도 나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지인의 딸내미가 시댁 스트레스에 힘들어

하자 그댁 남편이 딸을 위로하려 준비했다는 이벤트 스토리.

우리 딸내미의 아빠도 그리했을텐데 하는 생각에

또 울컥했다.


오늘은 좋아하는 가수의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비교적 만족스러운 느낌의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초지역을 안내하는 맵 여자의 목소리에

차오르는 눈물, 이 주변을 향한 무의식의 반응이겠지.

얼만큼의 슬픔이 어디에 그리 많이 매장

되어 있는걸까!


한 낮의 저 푸르고 넓은 하늘처럼

늘 감사와 맑음 마음으로 잘 살고 있음에도

 무의식의 공간은  슬픔의 바다가 일렁이고

있는가 보다.


수 십년 함께 하며 통과했던 시간속에

울퉁불퉁 스쳤던 감정과,

까시럽게 대립했던

순간들도 인생게임 종료

휘슬에 함묵할 수밖에 없다.


함께의 시간은 불시에 정지 되고

감정의 부유물들을 세월의 흐름에

흘려보낸 시점이 되어  오롯이

존재 자체의 그가 참 그립다.


뭘 잘하고 못하고

이렇게 해야되고 말아야 되고...

이런게 다 부질 없는데  말이다.


그 사람이 떠난지 벌써 3년이 되었다.

그가 자기 스케줄을 꼼꼼히 적어 놓은

2021년 탁상용 카렌더는 침대 머리맡에

그대로 자리하고 있다.


인생이 자기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이후의 시간은 결코 내 것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주는 증표로 그대로 두었다.


담담히 이렇게

살다가 또 어느 시점에 울컥하겠지!

그러면 눈물 한방울 또 흘리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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