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건 맛있는 음식 앞,
아름다운 풍경 앞입니다.
윤동주 「편지」 필사 이미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는 순간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아름다운 장면을 보고 있을 때,
훌륭한 장소에 갔을 때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린다.
맛있는 음식을 한 그릇 더 포장하고,
아름다운 장면과 훌륭한 장소를
사진으로 담아 메시지로 전송하면서
“우리, 여기 같이 꼭 오자.”
이 말을 덧붙인다.
그 사람과 같은 세상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이 걸을 수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지금은 보고 싶으면 사진으로 볼 수 있지만,
필름을 맡겨 인화해야 하던 시절엔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 한두 장이 전부였다.
나는 9살에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현실을 마주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날.
구구단은 자주 잊었지만
그 날짜만큼은 잊지 않으려고
매일 외웠다.
그날을 잊으면
할머니도 잊힐까 봐.
비가 많이 내렸다.
그때의 빗소리는
지금처럼 눅눅함을 남기지 않았다.
비가 내리면 서늘한 공기가
세상을 덮던 시절.
아직도 나는 그 공기를 기억한다.
아니, 느껴진다.
나에게 사랑하는 천사가 온 날,
내 아기 사진을 할머니께 보여주고 싶었다.
언젠가 다시 만나는 날,
할머니께서 세상에서 제일 예뻐하던 손녀 얼굴을
못 알아보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나는 할머니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뛰어가 할머니 품에
꼭 안겨서 묻고 싶다.
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하늘나라로
간 거냐고, 펑펑 울면서
세상에서 제일 억울했던 일들
다 이르고 싶다.
날 업어주던 할머니의 따뜻한 등.
그 온기가 아직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