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_둘 다(1937. 추정)내가 살던 곳은 바다와는 멀었지만
파란 하늘 아래에는 늘 초록빛 산이 있었다.
하늘 끝마다
산봉우리가 높게 솟아 있어
구름이 낮게 뜬 날이나
무지개가 길게 뜬 날이면
하늘과 산이 맞닿는 것처럼 보였다.
그 시간의 나는
구름이 낮게 떠 있으면
정말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산길을 따라 달려가곤 했다.
막상 가까이 가보면
그저 안개였다는 걸 알고
조금 실망했던 날도 있었다.
무지개도 그랬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았지만
항상 멀리에서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 구름과 무지개를 잡고 싶었던
그 마음으로 오늘도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 하늘 아래, 초록빛 산은 어린 날 보던 모습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