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라져 가는 계절의 순서

익숙했던 계절이 흐려지니, 오히려 선명해진다.

by 꽃하늘
KakaoTalk_20251206_221048362_02.jpg 하늘 아래의 눈 덮인 산

최근 몇 년 동안 눈은,

마치 하늘이 화가 난 것처럼

짧은 시간에 펑펑 쏟아졌다.


울음을 터뜨리듯 허겁지겁 내려앉았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가 보다.

눈이 내리면 눈이 내리는가 보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가 보다.


원래는 그저,

때가 되면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어간다.


아쉬우면서도

때로는 조금 무섭기도 하다.


폭우가 내리고,

폭설이 내리고,

강풍이 불고,

중간이 사라져 버린 것만 같다.


예전엔 이슬비처럼 잔잔한 비도 자주 내렸고,

장대비가 갑자기 내려도

지붕 밑에 잠깐 피해 있으면

금세 햇빛이 다시 비춰주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첫눈은 늘 겨울바람과 함께

가볍게 흩날리며 찾아왔다.


그러나 아쉽지 않았다.

며칠 뒤엔 함박눈이 내릴 거라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며칠 뒤,

밤새 자고 일어나면

온 세상이 하얗게 덮여 있었고

나는 그 눈을 누구보다 먼저 밟고 싶어

현관문을 열고 뛰어나가 놀았다.


함박눈이 내린 날의 낮은

유난히 눈부셨다.


고드름도,

소복이 쌓인 눈도 녹아

장갑은 물에 젖고

신발은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엄마는 한 번도 나를 나무라지 않으셨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비는

그 시절의 나에게

계절의 순서를 알려주던

고마운 것들이었다.


요즘의 하늘은

아픈 마음을 알아달라는 듯

비도, 눈도,

쏟아내듯 내리는 것만 같다.




내가 담은 겨울의 순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