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불면
생각나는 나물이 있다.
콩나물.
그때는 지금처럼
마트에서 언제든 신선한 채소를 살 수 있는 시대는 아니었다.
겨울이 되면 채소값이 오르고,
시골이나 도시 어디에서나
콩나물 키우기는 아주 흔한 풍경이었다.
집안의 작은 주전자나 찜통에
노란 콩을 담아
어두운 방 한쪽에 두었다.
햇빛을 가려야 하니까 윗면에
신문지나 헝겊을 덮었다.
할머니와 같은 방에서 잠을 잤을 때,
난 여덟 살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한 장면만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
할머니는
자기 전에도,
아침에 일어나서도,
하루 두세 번 미지근한 물을 부어주며
콩나물이 잘 자라고 있는지 살폈다.
물줄기 소리,
습한 공기,
그리고 은은한 콩 냄새.
할머니와 내가 자는 방의 겨울의 냄새였다.
따뜻한 밥 한술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