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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랑나비 Aug 16. 2022

이게 클럽이냐?

이상한  민턴장 젊은 꼰대들 

제발 그만 그만 그만해

오늘도 시작되는 꼰대 라테

네까짓 게 뭘 알아 궁금하시면

라테를 한잔 드세요

영탁 - 꼰데 라테     

      

민턴을 오래 치다 보면 인간관계로 인해 꼭 분란이 생긴다. 

그냥 운동만 즐기면 되는데 줄타기, 세 불리기 이런 걸 하다 보면 종내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4년 전 내가 다녔던 클럽에도 누구 라인 누구 친구, 신입회원이 들어오면 내 사람을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가만 놔두지를 않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클럽에 운동을 나갔다. 1 코트와 2 코트는 게임이 시작되고 있었고 3,4 코트는 게임을 예약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에도 편 가르기를 잘하는 30대 초반의 젊은 총무가 자기 사람 챙기면서 게임을 짜기 시작했다.  

    

과거 몇 번 술자리에 나와 어울려 달라는 요청을 몇 차례 받았으나 아이들 양육 때문에 바쁘기도 했고 천성이 마음이 가지 않은 사람들과는 마음 편히 어울리는 성격도 아니어서 집행부와 함께 술자리를 거의 하지 않았다. 못했던 것인지 안 했던 것이지는 명확하게 모르겠다. 

     


그날 대기석에 앉아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하는 짓이 너무 뻔하다. 평소에 지들과 어울리고 술 잘 사 주는 초급 들은 신줏단지 모시듯 귀하게 대접을 하며 급수가 높은 고수들과 게임을 엮어 주느라 눈도 바쁘고 입도 분주하다. '사람 차별하고 술 한 잔에 추잡 스럽게 이게 뭔 못난 짓들이야 염치도 없이' 

    

행복 시장기배 우승 이후 초보 딱지를 뗐던 그때, 이제나 저제나 좀 짱짱한 게임이 짜 질까 기다리고 있었지만 총무는 나를 은근히 따를 놓고 있었다.(술 안 사줬다 이거지) 겨우 한게임 잡힌 게 60대 선배님과의 게임이 전부였다.    

  

평소 저녁 운동시간 총 3시간 그중에 이날 나는 한게임을 하고 소중한 내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하염없이 님을 기다리는 한 서린 여인처럼 망부석이 되어 

     

9시가 넘고 9시 10분이 되어갔다. 젊은 총무의 뻔한 만행에 기가 찼다. 분노가 시뻘건 불기둥을 내뿜으며 타올랐다.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예의 없는 총무를 향해 소리쳤다.


“이게 클럽이냐? 바빠서 술 못 사주는 게 죄는구나. 똑같은 회비 내는데 니들 하고 안 친해지면 회원도 아니구먼

돌아가는 꼬락서니 하고는 참 한심하다 한심해. 어린것이 어디서 못된 것만 쳐 배워서는".    


  

열이 뻗친 그 순간 클럽 내 회장과 집행부들에게 들으라고 쓴소리를 시원하게 한 여름 소낙비처럼 퍼부어 주었다. 한참 어린 총무한테 진심을 담은 저주도 함께 내렸다. 


씩씩거리며 가방을 싸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다음 날 미련 없이 달빛 클럽을 탈퇴했다.

3년 넘게 다니던 클럽이었다. 파트너와 정도 많이 들고 좋은 사람들도 나름 있었는데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해 아쉬웠다.  

   

한 클럽에 집행부라면 마음도 넓게 써야 하고 편협한 편 가르기보다  소통과 화합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탈퇴 후 코로나가 창궐했고 그 클럽은 젊은 사람들이 입회를 하지 않아 고인 물 되어 더 이상 발전이 없는 클럽이 되어 회원도 많이 줄었고 실버 클럽이 되어 가고 있다는 소식을 얼마 전에  들었다. 

     

회장의 임기가 길어야 2년이니 누구를 임원으로 선출하느냐가 참 중요한 것 같다. 

사람 나고 클럽 낫지 클럽 나고 사람 난 거 아니지 않은가? 부디 운동을 좋아해서 모인 사람들이니 초심을 잃지 말고 다 같이 둥글둥글 즐겁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오늘도 한여름 삼복더위에 체육관에 나가 나처럼 마음 다치는 사람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작은 상처도 상처 인지라 클럽 탈퇴 이후에도 꽤 오래 방황을 했다.(그놈의 민턴이 뭐라고)


이쯤에서 운동을 접고 다른 종목으로 전환을 할지 또 새로운 클럽을 간다면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적정한 선을 유지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 

     

나이 가 많다고 다 꼰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젊다고 다 청년이 되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늙고 비루하면 꼰대고 생각이 젊고 관대하면 청춘이다.  

가는 세월에 찾아오는 생체적 나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이제 겨우 30 40대  젊은 사람들이 너무 일찍 마음까지 굳이 늙은이 흉내를 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나이가 젊으면 좋은 것을 배우고 익히면 되고

나이가 좀  많다 싶으면  좀 내려놓고 양보하면 그뿐이다.   

아득 바득 상대방을 이겨 먹으려 애쓸 필요도 없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웃으며 땀 흘리면 그만이다.    

술이나  밥 대신 진실한 마음을 나누는 속 깊고 마음 넓은 집행부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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